"이 정도만 해준다면…"
지난 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5 BNK금융 박신자컵' A조 조별예선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경기에선 깜짝 놀랄 기록이 쓰여졌다.
아시아쿼터 선수로 우리은행에 합류한 가드 세키 나나미가 혼자서 무려 35득점을 쏟아 부은 것이다. 3점포 4개에다 2점슛 8개, 자유투 7개를 넣는 등 말 그대로 전방위에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물론 시즌 개막이 아직 2개월여가 남은 가운데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는 과정인데다, 삼성생명이 3일 연속 경기를 치르며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난 점, 경기 승패보다는 내용이 중요한 시기라는 것 등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고무적인 수치임은 분명하다. 지난 시즌 메인 스코어러가 김단비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기적적으로 정규시즌 1위에는 올랐지만 결국 BNK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0대3으로 패퇴했던 우리은행으로선 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박신자컵이 지난달 30일 개막, 이날까지 10개팀이 펼친 15경기 가운데 유일하게 40분 풀타임을 뛴 선수가 된 나나미의 맹활약 덕에, 딱 5분여만 뛴 김단비가 '굳이' 코트에 다시 나설 필요도 없었다. 경기 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베스트 전력으로 싸운 것도 아니고, 아직 상대가 나나미를 잘 모르기에 나온 수치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25세의) 젊은 선수인데다, 일본팀에서도 주전으로 뛴 선수가 아니니 완급 조절과 함께 팀내에서 역할 정리가 필요하다. 본인 몫만 잘 해준다면 좋은 '칼'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며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농구를 대하는 자세가 너무 적극적이고 진지하다. 본인도 성장을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할 정도다. 어린 나이이지만, 가르쳐 보면 센스가 상당히 뛰어나고 캐치가 빠르다. 우리팀 훈련이 상당히 힘들텐데, 군소리 없이 정말 잘 따라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역시 기본기가 뛰어난 일본 선수답다"고 칭찬했다. 나나미는 "훈련 과정은 힘들지만, 이로 인해 경기에서는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팀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올해 4개 해외팀을 초청해 본격적인 국제대회로 발돋음한 박신자컵에서 WKBL 6개팀은 해외팀과의 실력차를 직접 경험하며 약점을 파악하고 자극을 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롭게 합류한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실력을 파악하고 역할을 찾아보는 과정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생명은 센터 배혜윤과 가와무라 미유키의 더블 포스트를 세워놓고 하이로 플레이를 시험해봤고, KB스타즈는 가드 사카이 사라를 주전 가드 허예은과 함께 기용을 하는 더블 가드 시스템을 활용해 보거나 혹은 허예은을 슈팅가드로 돌려 공격력을 배가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BNK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던 이이지마 사키에 공격에 대한 비중을 더 부여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센터 미마 루이와 홍유순을 활용한 더블 포스트 해법을 시험해 보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는 3쿼터에 한해 아시아쿼터 2명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으면서, 재계약도 가능하기에 경기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나미처럼 대부분의 일본 선수들이 지닌 진지함과 성실함 역시 국내 선수들에게 상당한 자극이 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기대 효과이다.
부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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