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회화부터 나무 연작 등 19점 선보여…가나아트 한남서 10월 9일까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산과 나무, 산동네 풍경, 일상에서 만나는 이웃 등을 투박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담백하게 담았던 이상국(1947∼2014)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 동빙고동 가나아트 한남에서 진행 중인 이상국 개인전 '자연으로부터'(Unfolding Nature)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작가의 초기 드로잉부터 자연을 주제로 한 후기 회화까지 예술적 여정을 따라가며 그 안에 담긴 탐구와 변화를 조망한다.
1973년 작 '사람들'과 1976년 작 '신사동에서'는 작가가 거주하던 서울 서북부 산동네와 공장지대, 그 속의 인물들을 주요 소재로 삼던 초기 작품이다.
붉은 토색 계열로 작은 집들을 묘사하고, 파란색을 더해 강한 대비를 이룬다. 원근법, 빛, 명암, 입체감 등 전통적 회화 요소를 배제하고 선과 면, 질료와 바탕을 중심으로 화면을 단순화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대표작은 나무 연작 중 하나인 2011년 작 '겨울나무Ⅱ'다.
이 작품은 옅은 하늘색 바탕 위에 여러 갈래로 뒤엉킨 푸른색의 짧고 굵은 선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가지를 연상시킨다. 중간중간 나오는 녹색과 적색은 겨울 풍경 속 잔존하는 생명력을 암시한다.
단순화된 나무 형태는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해체하고 재구성해 본질을 탐색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보여준다.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자연의 형상을 탐구하던 작가의 후기 회화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작가는 서울대 미대 회화과와 동국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0년대 한국 미술계에 서구 현대미술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때도 그 흐름과는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모색했다.
전업 작가가 된 이후 1990년대에는 현실보다 자연을 주로 그렸는데,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기보단 자연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본질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암 투병 중에도 "작업실에서 일생을 마치고 싶다"며 작품활동을 계속하는 등 마지막까지 작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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