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올 시즌 (이)로운이가 자리를 잡아준게 정말 크다."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꾸준한 불펜진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김민, 이로운, 노경은, 조병현이 지키는 필승조는 상대팀 입장에서는 거의 '통곡의 벽'이다.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그 중심에 이로운의 성장이 있다. 2023년 1라운드 전체 5순위 입단 고졸 신인. 입단 후 꾸준히 1군에서 불펜 출장 기회를 얻었지만, 지난 2년 동안은 기복이 너무 컸다. 이숭용 감독도 부임 1년차였던 지난해 이로운을 두고 "아쉬운 면이 많다"고 애정이 담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던 이유다.
그런데 3년차인 올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비시즌 개인 훈련때 '대선배' 김광현의 'KK 미니캠프'에서 몸을 잘 만들고, 지난 2년간의 후회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팀 트레이닝파트, 투수 코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또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을 강화하면서 김광현에게 배운 슬라이더를 장착해,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까지 변화구 완성도를 날카롭게 가다듬으면서 쓸 수 있는 무기가 다양해졌다. 직구 역시 150km을 수월하게 찍으면서 양면에서 효과를 보고있다.
6월 중순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 8월말까지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해오던 이로운은 8월 31일 인천 NC전에서 ⅔이닝 동안 4안타(2홈런) 4실점으로 흔들리며 평균자책점이 2.27까지 치솟았다. 시즌 내내 잘 던져오던 그가 유일하게 부침을 보인 등판이었다.
이로운은 "사실 그날은 맞자마자 '아차' 싶었다. 제가 생각해도 홈런을 맞을 수밖에 없는 공이었다. 인정했다"고 '쿨'하게 이야기 하면서도 "제가 안좋아도 그날 팀이 이겨줘서 너무 안도했다"며 웃었다.
한번 흔들려도 감독은 여전히 그를 신뢰한다. 하루 휴식 후 바로 다음 경기에 등판한 이로운은 1이닝 1안타 1탈삼진 무실점 홀드를 기록하며 그 기대에 부응했다. 3일 광주 KIA전에서도 또 1개의 홀드 추가. 어느새 시즌 25홀드에 도달한 이로운은 5승5패1세이브에 2.20의 평균자책점으로 여전히 리그 불펜 최상위급 성적을 유지 중이다.
이로운은 "불펜은 좋든 안좋든 다음날 또 던져야 한다. 바로 다음 경기에서 만회를 해야 저도, 팀도 플러스가 되니까 더 집중해서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또 "올해는 연속 경기 실점은 안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면서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어도, 관리를 잘해주셔서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체력적으로는 괜찮은데, 직구 귀이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저는 병현이형처럼 직구로만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니까 관리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지난 2년간의 방황 아닌 방황에서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 많았다. 데뷔 하자마자 1군 주력 멤버가 된 것은 대단한 기회다. 그런데 지난 2년간은 스스로 돌아보기에 부끄러운 성적이었다. 그가 올해 스프링캠프 출국전 인터뷰때,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던 이유다.
이로운은 "솔직히 인터뷰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야구를 못했었다. 그래도 올해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이제 19경기 남았으니 마무리 잘하는게 중요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특히 이로운과 스무살 차이가 나는 대선배 노경은이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 크다. 그는 "경은 선배님은 우리가 블론을 하거나, 흔들려도 '너희가 막아주는 경기가 더 많아. 한 시즌에 무조건 5번씩은 그런 날이 있으니까 신경쓰지마'라고 이야기 해주신다. 경은 선배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지금도 최고참이신데 이렇게 기량 유지를 하시는 게 존경스럽다"면서 "우리팀 불펜이 전체 1등이니까 모든 투수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며 미소지었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1점대 평균자책점과 30홀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위해서는 앞으로 등판하는 거의 모든 경기에서 무실점을 하며 끌어내려야 하고, 홀드는 5개가 남았다.
이로운은 "사실 평균자책점은 신경쓴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1점대 하면 너무 좋겠지만, 잘 안내려가더라"면서도 "올해 그 두개는 꼭 하고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물론 개인 기록보다도 팀의 가을야구가 우선이다. 신인이었던 2023년 가을야구 맛을 잠시 보기는 했지만, 출장은 하지 못했다. 이로운은 "그때는 향기만 느꼈지만, 가을 야구에 가는 것 자체가 야구선수로서 너무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가을 경험이 많은 선배들이 많다. 물론 저도 잘해야겠지만, 선배들을 믿고 '보너스 경기'라고 생각하면서 마음 편히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너무 긴장하지 않고, 꼭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