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선수들이 왜 해야하는지 이해하고, 밝게 임해줘서 고맙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오후. KIA 타이거즈의 '얼리' 훈련이 시작됐다. KIA는 이번 주중 홈 경기에서 내내 오후 1시부터 빠른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내야수들의 수비 훈련에 많은 공을 들였다.
평소 홈 경기시 야외 훈련 개시 시간보다 훨씬 빠르지만,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이 나와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이범호 감독은 직접 내야에서 선수들에게 시뮬레이션도 해주고, 송구도 해주면서 열정적으로 레슨을 하는 모습이었다. 코치들 역시 마찬가지. 선수 한명 한명을 잡고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꼼꼼하게 가르치고, 또 대화를 나눴다.
사실 훈련시, 그것도 엑스트라 훈련때 감독이 직접 선수들에게 레슨을 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지금은 감독까지 땡볕 아래 나와 땀을 함께 흘리면서 기본부터 다시 다져나가는 단계다.
이범호 감독은 잔여 경기 기간, 홈 경기시 '얼리' 훈련으로 훈련양 자체를 늘릴 것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20대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다.
이범호 감독은 "우리팀 젊은 선수들이 아직 경기를 많이 뛰어본 경험들이 없다. 실내에서 먼저 시뮬레이션으로 비디오나 이런걸 보여주고 밖에 나와서 기술로 몸에 익힌다. 지금까지 부족했던 부분들이 많고, 또 경기를 직접해보니까 부족한게 많다는걸 느껴서 채워야 한다. 올해 미흡했던 부분들이 안나오게 만들어야 하니까 운동량을 많이 가져가기로 했다"고 했다.
사실상 지금부터 내년 그 이후까지 내다보는 장기 계획이다. KIA의 순위 경쟁이 아직 끝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아직 희망이 살아있는 중요한 경기를 치러가면서도 장기 플랜을 가져가는 셈이다.
이 감독은 "내야수들 중에서도 오선우, 윤도현 이런 선수들은 수비 훈련을 더 많이 해야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선수들이 왜 훈련을 많이 해야하는지 이해하고 있고, 기회가 왔을때 자신이 잡기 위해서 생각도 올바르게 가지고 있다. 훈련할때 왜 이 훈련을 해야하는지도 분명히 이해하고, 표정까지 밝다. 젊은 선수들이 밝게 해주니까 고맙다. 스스로가 주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 했다.
이범호 감독과 함께 훈련을 지켜보던 손승락 수석코치 역시 "선수들이 힘든 내색 없이, 오히려 더 밝게 해준다. 그 모습에 되려 코치들이 힘을 얻으면서 같이 하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KIA는 지난해 통합 우승으로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팀이고, 올해도 강한 전력을 앞세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 경기력 기복에 시달리며 중하위권에 맴돌았고 어쩌면 지금의 순위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자극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존심만 구긴 채 시즌을 끝낼 수는 없다. 특히 올해 KIA가 가장 웃을 수 있는 포인트는 주전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선수들의 약진. 이들이 주전 경쟁에 보다 더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내년에 대한 기대치를 키울 수 있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