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감독 재계약 신호탄은 이미 터졌다. 두산 베어스 조성환 감독대행은 감독으로 승격될 수 있을까.
두산은 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연장 10회 9대3으로 승리했다. 3-0으로 앞서다 NC에 동점을 허용했지만, 10회에만 무려 6점을 뽑는 집중력을 보여주며 승기를 잡았다.
조 감독대행은 "연이틀 주장 양의지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어 팀이 점점 더 끈끈해지고 있다. 만루에서 결정적인 타점을 올린 조수행, 홈런을 때린 김재환도 칭찬한다. 이 둘을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연장전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두산은 조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6월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부터 이날까지 치른 69경기에서 33승3무33패를 기록, 5할 승률을 맞췄다.
5할 승률은 전체 시즌을 봤을 때 5강 진출을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조 감독대행이 이승엽 전 감독이 급작스럽게 물러나는 상황에서도 팀을 잘 수습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치다.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왜 아직 정식 감독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다. 두산은 후반기 성적 20승3무16패를 기록, 2위를 달리고 있다. 8할에 가까운 승률을 유지하며 압도적인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1위 LG 트윈스를 제외하면 두산을 뛰어넘을 팀이 당장 없다.
SSG 랜더스는 지난 3일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이숭용 감독과 3년 총액 18억원에 재계약했다. SSG는 최근 상승세를 타며 3위까지 올라섰고, 구단은 재계약으로 이숭용 감독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역시 올 시즌 뒤 재계약 대상이고,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두산 이승엽 전 감독과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전 감독의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조성환 감독대행의 팀 운영과 관련해 내부 평가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서 오랜 기간 코치로 지내며 팀 사정을 잘 알고 있어 빠르게 팀을 수습할 수 있었고, 팀의 숙원 사업이었던 내야 세대교체 작업도 속도를 냈다. 게다가 5할 승률까지 기록하고 있으니 충분히 증명한 셈이다.
두산 주장 양의지는 후반기 반등과 관련해 "감독님이 우선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신다. 안 되는 부분은 빨리빨리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고쳐야 할 점들을 빨리 보완하고, 나도 마찬가지로 감독님께 의견이 있으면 빨리 이야기해서 도와드릴 것은 도와드린다. 또 내가 해야 할 것과 후배들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선 벤치 분위기가 재미있고, 감독님이 인상을 쓰지 않으신다. 감독님이 재미있게 해 주신다. (순위표) 밑에 있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편한 분위기에서 감독님이 카리스마 있게 해주신 것 같아서 팀이 잘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양의지는 안재석, 박준순, 오명진, 이유찬 등 숙원 사업이었던 어린 내야수들의 성장과 관련해서는 "지금 경쟁하면서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자신감도 많이 얻은 것 같다. 진짜 확 보이게 달라진 친구들도 많다. 어쨌든 LG처럼 내야수들이 강하고 방망이를 잘 쳐야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할 수 있기에 그런 점에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바라봤다.
조 감독대행은 70경기 가까이 이끌면서 5할 승률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해 "수치로 드러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우리가 조금 더 좋은 야구를 하고 그리고 온갖 승부처에서 우리 선수들이 이겨내려고 하고 있다. 순위 싸움을 하는 팀들 못지않게 우리도 치열한 야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마지막까지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남은 17경기에서 두산의 색깔을 더 진하게 만드는 게 숙제다. 조 감독대행은 두산 선수들이 점점 색깔을 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조 감독대행은 "조금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대한 남은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는 최대한 줄이고 싶다. 끝까지 달라붙고 끈끈한 야구를 하고 싶다. LG 야구를 어떤 분이 좀비 야구라고 빗대서 이야기했는데, 굉장히 좋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두산 베어스도 정말 끈끈하고 상대로 하여금 약간 질린다는 느낌이 들게 단 한 경기라도 나랑 선수들이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선수들은 아마 두산이 어떤 야구를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어떤 퍼포먼스를 내느냐 문제인데, 어쨌든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는 야구를 하면 두산은 더 끈끈해지고 좋아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은 다음 주 젊은 야수들을 더 시험할 계획이다. U-23 대표팀에 투수 양재훈과 홍민규, 포수 류현준, 내야수 여동건, 외야수 전다민 등 5명이 발탁됐기 때문. 이들이 빠진 자리를 또 어린 선수들로 채우면서 계속해서 경쟁 분위기를 유도하려 한다. 양재훈은 대표팀에 양해를 구해 조금 더 1군에서 뛰다 훈련 합류일인 9일이 아닌 대회 시작일에 맞춰서 이탈할 예정이다.
조 감독대행은 "퓨처스팀에서 1년, 거의 수개월을 열심히 달려온 많은 선수들이 있다. 내가 기회를 균등하게 못 줬는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대한 젊은 선수들이 1군에 올라오면 우리 팬들이 그 선수들이 우리 두산을 위해서 어떻게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눈으로 확인할 것이기에 그 작업도 같이 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선배들하고 같이 야구하면서 두산의 야구를 더 잘 이해하고 두산의 색깔을 조금 더 짙게 만드는 일원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창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