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경험은 진짜 돈 주고도 못 사는 거니까요."
두산 베어스 김택연은 지난해 KBO리그를 뒤흔든 신인이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24년 1라운드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묵직한 직구 하나로 리그를 평정하며 데뷔 첫해 마무리투수까지 꿰찼다. 지난 시즌 60경기, 3승, 19세이브, 4홀드, 65이닝,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1위 신인이었던 김택연은 프로 2년차가 된 올해 첫 시련과 마주했다. 블론세이브 8개를 기록해 현재 불명예 1위에 올라 있다. 1년 만에 리그 최고에서 가장 불안한 마무리투수가 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수치다. 마음껏 표현하진 못했어도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다.
두산은 그런 김택연을 계속 마운드에 올렸다. 2군에서 재정비할 시간을 줄 법도 했는데, 버티면서 배우게 했다. 두산 불펜 사정상 김택연을 열흘이나 제외할 여유가 없기도 했고, 올해 고작 20살인 선수기에 당연한 성장통으로 여겼다. 신인왕까지 차지했던 선수라면 1군에서 계속 부딪히면서 답을 찾는 게 맞았다.
김택연은 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끝내기 패배 위기를 막으면서 9대3 승리를 이끌었다. 9회말 1사 1루 위기에 등판해 ⅔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연장 10회로 끌고 갔다. 두산 타선은 10회초 대거 6점을 뽑으면서 김택연에게 시즌 3승째를 안겼다.
김택연은 첫 타자 김주원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또 꼬이는 듯했다. 김주원은 두산이 3-0으로 앞선 7회말 추격의 투런포를 터트린 까다로운 상대였기에 공짜 출루를 허용한 게 더 뼈아프게 느껴졌다.
김택연은 바로 다음 타자 최원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직구 4개를 내리 꽂으며 승부했다. 또 한번 NC 강타자 박건우와 승부에서 계속 직구로 붙어 볼카운트 2B2S가 됐고, 6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끌어내 삼진을 잡았다. 이렇게 끝내기 패배 위기를 김택연이 넘긴 덕분에 두산은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마무리 김택연이 오랜만에 등판해 대단히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고 칭찬했다.
김택연은 "일단 끝내기 위기 상황이었고, 전 타석에서 홈런도 있었던 (김)주원이 형부터 상대해서 그래도 제일 장타가 안 나오는 코스에다 던지려 했는데 올라오기 전에 준비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그 다음 타자부터는 (제구가) 잡혀서 다행이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8차례나 블론세이브를 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쌓은 결과라고 했다.
김택연은 "금방 한 타자만 잡으면 또 잘되는 경험을 했다. 오늘(5일)은 그래도 실패하지 않아서 전보다 나은 결과를 낸 것 같아 만족스럽다. 경험은 진짜 돈 주고도 못 사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까 이렇게 볼이 나왔을 때 다음 타자를 상대하는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배웠다. 이렇게 길게 쉬고(5일 휴식) 나올 때 내가 항상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 첫 타자도 그런 건 사실이지만, 어렵게 던지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우중간을 가르면 끝날 수도 있어서 그렇게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경기를 하니까 오늘 경기는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10회 6점을 뽑은 타선은 어떻게 지켜봤을까.
김택연은 "일단 위기를 막으면 야구는 흐름상 기회가 온다. 1, 2루가 됐을 때 내가 막으면 팀이 이긴다는 믿음이 있어 9회 때 힘을 내서 던질 수 있었다. 팀 형들과 선배들이 그 믿음에 보답해 주셔서 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택연은 고전하는 와중에도 올해 60경기에서 3승4패, 23세이브, 62이닝,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실패가 더 많긴 했지만, 팀 승리에 기여한 순간이 더 많았다. 세이브도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다.
김택연은 "작년에도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만큼 많이 배운 적도 없는 것 같다. 아직 더 부딪쳐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정말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있기에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것 같다. 후반기에 다시 또 좋은 모습이 나오다 보니까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것 같다. 올 시즌이 남아 있어서 남은 경기가 또 기대되기도 한다"며 계속해서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은 뜻을 내비쳤다.
스스로 찾은 올해 기복이 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택연은 "밸런스가 한번에 확 무너진 게 컸다고 생각한다. 투수는 공이 좋아서 삼진을 잡으면 자신감을 얻는 것처럼 또 자기 공에 믿음이 떨어지면 당연히 자신감도 떨어지고 결과도 안 따라오기 마련이다. 조금 많이 쉬고 던지면서 딜레마에 빠졌던 게 안 좋은 결과로 많이 나온 것 같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많이 쉬었을 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한번 블론세이브를 하면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많이 배웠다. 한번에 무너졌을 때 결과라도 따라왔으면 전환점이 될 수 있었는데, 결과도 안 나오면서 (부진이)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두산은 이제 올 시즌 17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9위 두산은 최근 2연승을 달리면서 8위 KIA 타이거즈에 1.5경기차까지 추격했다. 지금 분위기면 구단 역대 2번째 최저 순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김택연은 남은 시즌 목표와 관련해 "팀 리드 상황에 올라간다면, 당연히 블로세이브를 줄이고 싶다. 자신 있게 하던 것들을 해보고, 좌타자 상대할 때 다른 공은 써본다든지 계속 안 했던 것을 시험해 보고 싶기도 하다. 남은 시즌에도 계속 배워나가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창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