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양민혁을 데려온) 포츠머스의 선택은 옳았는가'
한창 주목받으며 성장해야 할 '한국축구의 대들보'가 큰 위기에 빠졌다. 경기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데다 우호적이어야 할 현지매체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급기야 '영입이 옳은 선택이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나왔다. 한 마디로 양민혁을 형편없는 선수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K리그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양민혁은 지난해 여름 일찌감치 토트넘 홋스퍼와 계약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토트넘의 주장이었던 손흥민과 같은 한국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손흥민의 후계자'라는 기대마저 받았다.
하지만 양민혁의 잉글랜드 축구커리어는 좀처럼 피어나지 못하고 있다. 토트넘에서는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한 채 임대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적절한 임대 생활은 경기경험을 키워 큰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성공적인 임대생활'이 이어질 때 이야기다. 양민혁의 임대 생활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1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임대돼 가능성을 보였던 양민혁은 지난 8월초 다시 포츠머스FC(2부리그)로 임대됐다. QPR시절보다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됐다. 포츠머스 구단도 양민혁에게 기대를 걸었다. 포츠머스에서 성공적인 두 번째 임대시즌을 완료한다면 토트넘에서 곧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양민혁은 포츠머스에서 전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이적 3경기 만에 포츠머스 현지매체가 '허니문 종료'를 선언하고 양민혁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포츠머스 소식을 다루는 포츠머스 뉴스는 5일(이하 한국시각) '양민혁이 신중하게 토트넘에서 두 번째 임대를 선택했지만, 포츠머스로 가는 선택이 옳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벌써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임대 이적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서 주전 경쟁에서 맞닥뜨렸다'고 보도했다.
양민혁은 현재 포츠머스에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임대 직후인 지난달 9일 영국 옥스포드 카삼 스타디움에서 열린 옥스포드와의 경기에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꽤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양민혁은 13일에는 레딩을 상대로 치른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1라운드 홈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런데 레딩전에서 부진한 모습으로 혹평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영국매체 TBR풋볼은 '토트넘에서 포츠머스로 임대이적한 양민혁의 첫 선발 경기에 대해 팬들의 비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포츠머스 팬들은 양민혁에 대해 '실력도 부족하고, 피지컬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냉혹한 비판을 쏟아냈다.
급기야 존 무시뉴 감독이 직접 나서 팬들에게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양민혁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말과 달리 무시뉴 감독은 이후 양민혁을 한 달 가까지 경기에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이후 3연전에서 모두 벤치를 지키고 있다. 노리치 시티(16일)-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23일)-프레스턴 노스 엔드(30일)와 챔피언십 3경기 일정에 연달아 빠졌다.
팀내 경쟁에서 밀려난 듯한 모습이다. 포츠머스는 최근 윙어 프랑코 우메를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영입했고, 입스위치 타운에서는 코너 채플린을 임대영입했다. 두 명 모두 양민혁과 포지션이 겹치는 캐릭터다. 양민혁이 이들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포츠머스에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벌써 그런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한국축구에도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벌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미국 원정 평가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보여준 기량이 없으니 뽑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포츠머스 지역지 더 뉴스는 6일 '양민혁은 이번 홍명보호 명단에서도 탈락하면서 북중미 월드컵에서 선전을 꾀하는 한국 대표팀 내에서도 자리가 크게 위태로워졌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양민혁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는 없는 듯 하다. 양민혁이 포츠머스 임대를 택한 것에 조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양민혁이 이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