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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 기운이니 S대 지원해봐"…수시철 `일타법사`는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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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A 신당의 홍보 현수막에는 '대학입시 무료 상담'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혔다. 옥황상제상 옆에 놓인 책꽂이에는 교양서적 100여권을 비치했다.
이 신당의 '법사'는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준비하다가 신내림을 받아 무속인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신당 측은 심리 상담부터 미술치료까지 제공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고 주장했다.
신당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에 "수시 접수와 수능일이 얼마 안 남아 학부모들의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며 "실전 감각에 명리까지 더해 대입 전략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뒤 합격 가능성이 있을 경우 부적을 권유하곤 한다"고 말했다.
8일 시작되는 대학 수시 모집을 앞두고 사주를 토대로 입시 전략을 제시해준다는 역술인들이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고학력 입시 전문가'를 자처하며 자녀에게 적합한 대학과 학과를 '점지'해준다고 한다.
전직 학원 강사였다는 B씨도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기자가 B씨에게 상담받아보니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시, 내신·수능 등급, 재학 중인 고등학교의 지역 내 수준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 1만5천명의 사주를 토대로 24시간 안에 '입시 운'을 분석해준다고 B씨는 말했다. 예체능 계열의 경우 원서 접수일도 사주와 맞물려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기자가 결제를 주저하자 그는 "선착순이지만 분석이 밀린다"며 "오늘 (내용을) 주셔도 결과가 내일까지 못 나올 수 있다"고 재촉했다.


'교육 1번지'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 잡은 C 연구소의 원장은 블로그에서 "25년 경력의 입시 전문가이자 명리 분석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원장은 올해 의과대학에 진학할 잠재력을 가진 수험생들의 생년월일시를 열거하기도 했다.
2012년 1월 1일, 2011년 1월 6일, 2010년 1월 11일 등으로, 금의 성질을 가진 신유일주(辛酉日柱)에 태어나 예민하고 날카로운 의사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D 진로 컨설팅업체는 각 대학의 오행(五行)을 분석하며 "수험생의 순리에 맞는 대학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수금'(水金), 연세대는 '금화'(金火), 고려대는 '목화'(木火)의 기운을 가졌으니 상성이 맞는 학교를 지원하라는 취지다.
이 업체 원장은 "밀려드는 상담으로 너무 바쁘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일타법사'의 상담료는 한 번에 10만∼30만원 선이나, 상황에 따라 추가 요금이 더 붙을 수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생 아들을 둔 정모(50)씨는 "(사주가) '믿거나 말거나' 식의 비과학적 이야기라는 건 알지만, 대학 입시가 아이의 평생을 결정하는 현실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 아니겠느냐"고 했다.
일타법사들의 호황은 '깜깜이 전형'과 혼선을 거듭하는 대입제도의 슬픈 단면이라는 분석도 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이사는 "올해만 해도 의대 정원이 동결되고 무전공 선발이 확대되는 등 많은 변수가 있었는데 누구도 명쾌하게 예측할 수 없으니 점집에 의존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명확한 대입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away77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