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시즌을 건 승부수였는데, 대실패로 결론나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 38승의 커리어를 뒤로 하고, '빛좋은 개살구'가 된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를 어떻게 해야할까.
그동안은 '공인구에 적응이 덜 됐고, 컨디션이 덜 올라왔다'는 변명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인천 SSG전은 달랐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3㎞, 투심은 150㎞까지 나왔다. 영입 당시 고려했던 150㎞대 빠른볼-140㎞대 슬라이더-체인지업-130㎞ 안팎의 커브라는 기본적인 레퍼토리, 경기 운영과 완급조절의 기반은 완성됐다. 특히 주무기로 꼽히는 슬라이더의 예리함은 어느 정도 되찾은 느낌.
다만 구속 대비 직구의 구위가 좋아보이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제구, 그리고 멘털이었다. 자신의 150㎞ 전력투구에도 SSG 신예 류효승-고명준이 잇따라 홈런을 쏘아올리자 마운드 위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제구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에레디아에게 허용한 적시타는 볼카운트 0B2S에서 포수가 높은코스 직구를 요구했는데, 한가운데로 들어가 통타당했다.
무엇보다 마운드 위에서 신경질적인 태도가 눈에 띄었다. 투구 간격을 길게 가져가려다 2번이나 피치클락에 걸려 경고를 받는가 하면, 한이닝에만 두번이나 보크를 범하는 촌극도 연출했다.
시종일관 유쾌한 태도로 팀 분위기를 올려주던 터커 데이비슨과 더욱 비교가 되는 모양새다. 빗맞은 텍사스 안타성 타구를 레이예스가 전력질주해 잡아낸 장면이나, 조형우의 번트 실수 때 포수가 빠르게 반응해 파울 플라이로 처리한 장면에도 벨라스케즈는 특별한 리액션이 없었다. 좋은 수비가 나올 때면 거침없이 만세와 환호로 화답하고, 머리 위로 박수를 치고 엄지를 치켜세우던 데이비슨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부진 때문에 더욱 예민해졌을 수 있지만, 팀내에서의 태도도 아쉽다. 처음 한국에 입국했을 때만 해도 의연하고 신중했던, 빅리그에서 7년 넘게 뛴 베테랑다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부진 때문에 답답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 예민함을 외부로 방출하는 건 팀 케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동료들인들 나갈 때마다 난타당하는 벨라스케즈가 예뻐보일리 없다.
데이비슨의 교체는 할만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벨라스케즈의 영입 당시 타 팀들의 반응이다. 영입을 고려한 팀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종 리스트에선 빠졌다. "우리도 지켜봤지만, 현재 모습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고 봤다"는 것.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모양새다.
5경기 1승4패, 평균자책점 8.87. 단한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없는 참담한 성적표다.
하지만 현재 롯데로선 뚜렷한 대안이 없다. 김태형 감독은 "직구 구속이 마음 먹고 던지면 150km는 나온다. 데이비슨보다 더 좋다는 믿음으로 데려왔고, 믿고 써야한다"며 앞으로도 선발로 기용할 뜻을 밝혔다.
남은 기간 벨라스케즈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까. 8월 악몽 같은 12연패와 함께 가을야구마저 위태로워진 상황, 경기가 있으면 순위가 떨어지고, 없으면 순위가 오른다. 롯데는 언제쯤 이 슬픈 자화상을 떨쳐낼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