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울산본부 보고서…"정책 대응은 지역별 세분화해야"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울산의 산업이 미국의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주현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 조사역과 김수현 전남대 교수는 8일 발표한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가 울산지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연구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실증분석을 통해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가 울산지역 기업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이뤄졌다.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다룬 기존 연구들이 주로 야외 생산활동이 많은 농축수산업, 건설업, 관광업 등 일부 산업에 국한된 경향에서 벗어나 울산의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생산과 판매 활동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평균 기온과 강수량에 이상고온, 이상저온, 폭우, 가뭄, 해수면 등 5개 기후변수를 표준화해 지역 단위 기후위험을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후리스크 지수(CRI)를 구축해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기후리스크가 심화할수록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울산지역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다른 지역보다 더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기후리스크가 커지면 울산지역 기업이 받는 타격이 전국 평균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08년 7.9%에서 2024년 26.6%로 빠르게 상승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허리케인·한파·지진 등 기후 재해가 미국에서 발생하면 미국 내 소득이 감소해 울산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울산시 원자재를 수입·가공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갖춘 점도 미국 등 해외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 때 울산지역 기업들의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충격이 산업구조, 수출의존도 등 경제 구조에 따라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 대응도 지역별로 세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미국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울산은 무역, 산업, 공급망 관리 정책 수립 때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 교역상대국 기후 재해의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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