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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존 수술 받으면 구위가 떨어지지 않나요?" 볼티모어 감독, '오타니 미스터리'에 의문 제기...100마일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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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던진 100마일 이상의 강속구는 총 106개다. 그가 던진 직구(포심 패스트볼)와 싱커(투심) 3225개 중 3.3%에 불과하니 어찌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시즌 투구 스피드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그가 뿌린 직구와 싱커 259개 중 100마일 이상은 31개로 그 비율이 12.0%에 이른다. 특히 자신의 커리어 스피드 '톱10' 가운데 4개를 올시즌에 찍었다.

지난 6월 2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1회말 비니 패스쿠인티노를 2루수 더블플레이로 잡을 때 던진 직구는 101.7마일로 커리어 최고 구속이었다. 그리고 지난 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서 4회말 엠마누엘 리베라에게 던진 101.5마일이 두 번째로 빠른 구속이었고, 이를 포함한 100마일 이상 직구 11개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이었다.

원래 선발등판하기로 한 타일러 글래스나우가 경기 직전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바람에 오타니가 자진해서 등판한 경기였는데도 컨디션은 최고였다. 당초 지난 4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가 기침 감기 증세로 이를 취소했고, 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나서기로 했다가 이날 볼티모어전에 등판하게 된 것이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오타니의 구속(velocity)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인 2018년 10월 오른쪽 팔꿈치에 첫 토미존 서저리(TJS)를 받았고, 5년 후인 2023년 9월 두 번째로 같은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1년 9개월에 걸친 피칭 재활을 마치고 지난 6월 중순 마운드에 복귀해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두 차례 TJS 후 구속이 이처럼 빨라진 예는 매우 드물다.

올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98.3마일로 역시 커리어 하이다. 그가 투수로서 최고의 구위를 뽐냈던 2022년의 97.3마일보다 무려 1마일이 빨라졌다. 직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5.9%로 2022년(37.4%), 2023년(32.9%)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지난 6일 오타니의 피칭을 지켜 본 토니 맨솔리노 볼티모어 임시 감독은 "오타니가 투수로 돌아와 던지는 걸 가까이에서 주의 깊게 지켜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며 "내가 알기로는 TJS를 받고 돌아오면 구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공이 무척이나 까다로웠다(filthy)"고 평가했다.

올해 직구 피안타율은 0.220으로 역시 톱클래스 수준이다. 구위 자체가 정상 궤도로 올라섰다는 얘기다. 직구의 헛스윙 유도 비율은 24.8%로 2022년의 20.7%보다 증가했다. 직구의 XWOBA(조정기대출루율)도 2022년 0.342에서 올시즌 0.270으로 크게 좋아졌다.

두 번째 TJS를 받은 뒤 재활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현역 투수 중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네이선 이발디와 시카고 컵스 제임슨 타이온 정도다.

더구나 오타니는 지난해 지명타자로만 출전하고 투수로는 재활만 진행하다 10월 말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서 2루 도루를 하다 왼쪽 어깨를 다쳐 '와순 봉합 수술'까지 받은 터였다. 당초 올시즌 개막에 맞춰 로테이션에 합류하려 했던 계획이 틀어져 6월 중순까지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이 때문에 다저스 구단은 오타니의 재활 과정을 매우 신중하게 진행시켰다. 복귀 후 투구이닝을 1이닝 2경기, 2이닝 2경기, 3이닝 2경기, 4이닝 3경기로 늘리면서 실전에 적응해 나갔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처음으로 5이닝을 던지며 승리투수가 됐다.

구속이 빨라진 건 '투수' 오타니의 몸 상태를 세밀하게 관리해 준 다저스 구단 덕분이겠지만, 오타니 자신이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는 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타고난 '하드웨어'도 그 이유일 것이다.

직구 스피드만 놓고 본다면 '오타니 미스터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 그가 불펜이 무너진 다저스의 뒷문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저스는 아직 심각하게 논의하지는 않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