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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피해로 수장고 누수…국립한글박물관, 2028년 재개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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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복구 계획·운영 방안 발표…3층, 철골 보 등 구조 보강 '필요'
수장고 천장·바닥 등 132㎡ 최근 보수 마쳐…"향후 대책 법적 검토 중"
유물 9만점, 국립중앙박물관 등 3곳서 보관…내년 특별전은 외부서 진행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국립한글박물관이 지난 2월 발생한 화재로 수장고 일부가 누수되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은 피해가 컸던 3층 내부 구조를 보강하고 보수 공사를 진행한 뒤, 2028년 10월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교육공간 조성 및 사무실 증축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2028년 하반기까지 휴관한다고 9일 밝혔다.
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화재 피해 복구공사로 장기간 휴관이 불가피하게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앞서 국립한글박물관은 올해 2월 1일 오전 내부 공사를 하던 중 큰불이 났다.
당시 3∼4층 철재 계단 주변에서 작업을 하던 중 불씨가 번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장 작업자 2명이 구조되고 4명이 대피했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 1명도 다쳤다.
당시 보물을 비롯한 주요 유물 26건(257점)은 인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급히 옮겼다.
이후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소장품 총 2만5천918건(8만6천796점)을 더 옮겨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유물 약 9만점을 관리 중이다.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뒤 내부 시설을 점검한 결과, 수장고 천장의 약 102㎡ 범위와 바닥 30㎡ 범위에서 물이 벽을 타고 새고, 곰팡이가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수장고 전체 면적(약 574㎡)을 기준으로 보면 5분의 1 정도 되는 범위다.
강정원 관장은 "건물 1·2층의 경우, (불을 끄기 위한) 소화용수로 인한 침수 또는 누수 피해가 있었다"며 "최근 누수 현상과 곰팡이를 모두 제거하고 복구했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수장고에 있던 유물과 관련해 "화재 당일 벽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현상이 보여 유물 위로 비닐을 설치하고 물에 닿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고, 보험을 청구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 증축 공사를 맡은 업체와는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 관장은 "예정된 공사의 90% 이상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계약 해지 및 구상권 청구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법적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박물관은 국토안전관리원, 건설기술사협회 등 전문가 자문과 정밀 진단 결과를 토대로 복구공사에 나설 방침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3층 한글놀이터의 천장 일부는 철골 보 교체 등 구조 보강이 필요하고, 기타 구역은 철골 보와 슬래브 하부 표면 처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올해 10월 설계에 착수해 내년 7월 복구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총공사비는 175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내년 예산으로 우선 40억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박물관 안팎에서는 피해 복구가 쉽지 않으리라는 의견이 적잖다.
국립박물관에서 수년간 일한 한 관계자는 "화재 당시 약 7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는데 그 과정에서 내부 구조도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장고의 경우, 피해가 발생한 부분을 '응급 처치'하기는 했으나 천장과 바닥 상당 부분에서 누수가 이미 확인된 만큼 추가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박물관계 관계자는 "불이 난 3층뿐 아니라 수 시간 동안 열기와 분진, 소화용수에 노출된 건물 전반이 문제"라며 "수장고 내부 안전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 관장은 "수장고 내부의 온도와 습도, 공조 시설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박물관 및 공공기관과 협업해 자료 수집과 관리, 전시, 교육 등 본연의 기능은 그대로 할 예정이다.

이달에는 지역 3곳에서 순회 전시를 진행하며, 11월에는 서울 문화역서울284 공간에서 쓰기와 도구의 감각을 탐구하는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를 선보인다.
훈민정음 반포 580돌이자 가갸날(한글날) 100주년, 훈맹정음 10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에서 특별전을 연다.
강 관장은 "기존 공사에 3층 보강 공사까지 더해진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사용하는 시설인 만큼 건물을 안전하고, 튼튼하게 보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관 기간에도 전시·연구·교육 등 박물관 기능이 소홀하게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복구공사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ye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