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어썸킴, 4번타자를 맡아다오'
이쯤되면 김하성에 대한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감독의 신뢰가 얼마나 굳건한 지 알 수 있을 듯 하다. 팀에 합류한 이후 역전 스리런과 희생플라이 등으로 타점 생산능력을 과시하면서도 물 흐르는 듯한 호수비를 이어가고 있는 김하성에게 4번 타자의 중책을 맡겼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처음으로 4번 타자로 선발출전한다. 팀 공격의 중심점이 김하성의 배트에 몰렸다.
애틀랜타는 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의 선발 경기를 앞두고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공개했다. 다른 타순은 전날 시애틀 매리너스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4번 타자 자리에 김하성이 들어가 있다는게 특이점이다.
애틀랜타는 주릭슨 프로파(좌익수)-맷 올슨(1루수)-아지 알비스(2루수)-김하성(유격수)-드레이크 볼드윈(포수)-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우익수)-마이클 해리스 2세(중견수)-마르셀 오즈나(지명타자)-나초 알바레즈 주니어(3루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전날 시애틀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5번 이었던 김하성이 4번으로 올라왔고, 4번을 맡았던 볼드윈이 한 타순 밑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또 아쿠나 주니어와 해리스 2세 또한 서로 타순을 바꿨다.
이는 팀 득점력을 극대화하려는 스닛커 감독의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애틀랜타는 전날 경기에서 시애틀에 무려 2대18로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타선이 6안타 2득점에 그쳤다. 김하성 또한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애틀랜타는 어차피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가능성이 없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인데다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한참 멀어진 상태다. 스닛커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김하성 활용법'을 좀 더 파악하기 위해 4번으로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은 전 소속팀 탬파베이 레이스에서는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애틀랜타 이적 후 5경기에서 타율 0.294(17타수 5안타)에 1홈런 4타점 1득점을 기록 중이다. 애틀랜타는 당초 취약한 유격수 공격력을 보강하기 위해 탬파베이에서 방출당한 김하성을 영입했다.
영입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김하성은 지난 4일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역전 3점 홈런으로 애틀랜타 이적 후 첫 타점을 신고했다. 첫 홈런이 역전 스리런이었고, 이 덕분에 팀도 승리했다. 특히 이 홈런은 올해 애틀랜타 유격수 포지션에서 처음 나온 홈런이었다.
때문에 스닛커 감독은 김하성이 애틀랜타 데뷔 첫 홈런을 날린 컵스전에서 다시 한번 장타력을 뿜어내길 바라며 '김하성 4번 카드'를 꺼냈다. 김하성이 과연 이 기대에 부응할 지 주목된다.
김하성이 상대해야 할 컵스 선발은 하필 일본인 투수 이마나가 쇼타다. 이마나가는 애틀랜타를 상대로 시즌 10승에 도전한다. 올해 21경기에 나와 9승6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 중이다. 김하성이나 이마나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자존심을 건 한일 투타 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