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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기분, 직구 그립부터 싹 바꿨다" 데뷔 3년차에 환골탈태!…'첫 가을 출격' 기다리는 21세 필승조의 속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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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뿌듯하다. 이렇게 강력한 필승조의 일원이라는게 영광스럽다."

SSG 랜더스 이로운(21)에게 2025년은 거대한 터닝포인트다.

2년전 1라운드로 SSG 유니폼을 입었고, 첫해 50경기, 지난해 62경기에 등판하며 주요 불펜으로 기용됐다. 하지만 2년 연속 5점대 중후반의 평균자책점에 그쳤다.

올해는 완전히 다르다. 5승5패 1세이브27홀드, 67경기 67⅓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2.14의 견고함을 자랑한다. 김민-노경은-이로운-조병현으로 이어지는 SSG의 막강 필승조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올스타전 무대에도 올랐다.

창원NC파크에서 만난 이로운은 "열심히 준비한대로 결과가 나오고 있어 무척 만족스럽다. 더 좋은 순위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게 잘하겠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지난 겨울 직구 그립도 바꿨고, 슬라이더 던지는 방식도 바꾸고, 체인지업도 가다듬고, 커브도 더 많이 연습했다. 새로 태어나자는 마음이었다."

올한해 SSG가 최정과 에레디아를 비롯한 주축 타자들의 부상과 부진에도 중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다 8치올(8월에 치고 올라간다)에 성공한 원인은 역시 막강한 불펜이다. 앤더슨-화이트-김광현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선발진이 기초 공사를 마치면 빠르면 6회부터 든든한 필승조가 투입돼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배에 힘을 꽉 주고 연투도 최대한 아꼈다. 올시즌 SSG 불펜의 3연투는 이로운을 비롯해 한두솔 노경은 박시후 김민이 각각 딱 1번씩 했을 뿐이다. 2연투도 20회를 넘긴 선수가 한명도 없다. 멀티이닝조차 노경은과 박시후(이상 11회)가 최다다.

이숭용 감독은 아낄땐 확실하게 아끼고, 무리없이 한 시즌을 이끌었다. 가능하면 이닝 시작 때 투수를 바꾼 뒤 1이닝을 고스란히 맡기는 방식도 불펜 투수들의 사기를 올리고, 책임감을 쌓는데 한몫했다. 덕분에 불펜 의존도가 크고, 시즌 막판임에도 필승조가 여전히 힘있는 직구를 뿌린다.

이로운은 "난 올해 처음 잘하는 거지만. 노경은 선배나 김민 형 조병현 형처럼 꾸준하게 잘해온 선배들과 함꼐 뛰는 것도 기분좋고, 강력한 필승조라는 칭찬은 정말 뿌듯하다"고 돌아봤다.

"첫해부터 계속 1군 기회를 많이 받았는데, 솔직히 내가 계속 기회를 놓쳤다. 감독님이 날 강하게 다그치셨던 기억도 난다. 내가 그만큼 기대에 부응하질 못하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싶다. 이젠 내가 뭘 해야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노)경은 선배 하는 거 따라만 가도 큰 도움이 된다. 좋은 본보기가 바로 곁에 있으니까 너무 좋다."

노경은은 후배들에게 따끔하게 잔소리를 하거나, 으›X으›X하는 타입의 선배는 아니다. 묵묵히 하루하루 자신의 루틴을 행한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노경은이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1군 무대에서 필승조로 뛸 수 있는 노하우 자체다. 이로운은 "열심히 보고 따라하고, 궁금한거 있으면 여쭤본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SSG는 딱 1경기 차이로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이숭용 감독이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과의 미팅에서 자신도 모르게 펑펑 눈물을 쏟았을 만큼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이숭용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나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자책감, 또 왠지 모를 억울한 마음 이런게 한꺼번에 확 쏠려서 울었던 것 같다. 그 눈물의 의미가 올해는 선수들에게 오히려 좋게 다가간 것 같다. 내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했다.

신인 때는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승리 하나 없이 3패로 탈락했다. 신인이었던 이로운은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아쉽게 가을야구 문턱에서 멈췄다. ‹š문에 자신의 힘을 보태 어느덧 3위까지 올라선 소속팀을 바라보는 마음은 한층 각별하다.

"SSG하면 가을에 강하다는 팀 컬러가 있다. 정말 기대하고 있다. 보너스 무대라 생각하고 달라진 내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