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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미국 올인' 능사 아니다…한국 미래, '빈 도화지' 아프리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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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포화' 구미보다 성장 잠재력 막대…퍼스트무버 돼야 기회 안 빼앗겨
티모시 디킨스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3천500억달러(약 487조원). 천문학적 규모의 이 돈은 한국 정부가 최근 관세 협상의 하나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금액이다. 그 돈은 조선,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이 25% 대신 15%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대(對)미국 투자 금액만 보아도 한국은 이해관계가 확실할 때 막대한 자본을 동원하고, 정부와 민간을 정렬시키며, 국가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는 국가라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필자는 남아공 출신으로 10년 넘게 한국에서 사는 동안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을 오가며 일하는 변호사로서 스스로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한국이 어떻게 하면 이런 명확한 목표와 강한 추진력을 아프리카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아프리카는 부차적인 고려 대상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진정한 성장의 프런티어(frontier) 중 하나다. 그런데 한국은 그 점을 놓치고 있다고 느낀다.

◇ 중국·일본의 '확실한' 아프리카 투자 행보…한국과 대조적
한국에서 일하면서 한국 기업 간 회의에 참석해보면,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항상 비교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중국과 일본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으로서는 같은 지역 내 이웃 국가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의 아프리카 투자 행보를 보면 한국과 대조를 보인다. 중국은 인프라, 에너지, 디지털 등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 전역에 자리를 굳혔다.
중국은 3년마다 아프리카 국가와 중국에서 번갈아 개최하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과 신용 공여, 원조를 약속한다. 대륙 전체 차원의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정책 결정자들의 관점을 일치시킨다. 2024년 기준 중국-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약 2천950억달러(약 410조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 전체 교역량의 5%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은 3년마다 열리는 도쿄국제아프리카개발회의(TICAD)를 통해 비전이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구조적·부문별 플랫폼을 만들었다. 자금 조달, 로드맵, 명확한 성과 목표가 결합해 만들어낸 플랫폼이다. 일본은 아프리카를 상징적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대한다. 공공과 민간의 이해를 일치시켜 구체적인 성과를 낸다. 2024년 일본-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약 250억달러(약 35조원)로 일본 전체 교역량의 약 4%였다.

한국 역시 지난해 첫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었다. 중국과 일본처럼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플랫폼 설립을 시도했으나, 앞으로 지속해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참고로 한국의 아프리카 교역은 전체의 약 1.5%에 불과하다.
해외직접투자(OFDI)에서도 격차는 더 선명하다. 2024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총액은 639억5천만달러(약 90조원)였지만 그중 아프리카로 향한 비중은 1%도 되지 않았다. 한국의 아프리카 투자 금액은 고작 5억7천만달러(약 8천억원)였던 반면 북미 투자 금액은 259억달러(40%), 유럽 투자 금액은 139억달러(22%), 아시아 투자 금액은 125억달러(19%) 규모였다. 심지어 중남미(92억달러)와 오세아니아(17억달러) 투자 금액도 아프리카 투자 금액보다 훨씬 많았다. 중동 투자 규모(3억 6천만달러)가 아프리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뚜렷한 불균형은 한국의 글로벌 투자 전략이 여전히 선진국 중심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인구 역동성·핵심 광물 자원·막대한 인프라 개발 기회를 얻은 아프리카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며 한때 영화 제목으로 유명해진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He's Just Not That Into You)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단순히 표현하자면 안타깝지만, 한국은 아프리카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인정해야 할지 모른다. 이러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눈앞의 기회를 다른 이들이 차지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장기 투자가 유일하게 가능한 지역: 아프리카
감정과 동맹을 걷어내고 향후 30년간 한국의 전략적 성장이 어디에서 나와야 하는지를 묻는다면 숫자는 단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것은 태평양 넘어 서쪽이 아니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흐름을 보면 여전히 한국이 베팅하고 있는 곳은 미국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성숙한 고소득 시장이다. 국내총생산(GDP)은 계속 성장하겠지만 연간 2∼3%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인구 증가율은 연 0.5%도 되지 않고, 시장점유율 경쟁은 치열하다. 한국이 발판을 마련하고 있긴 하지만 이미 붐비는 경기장에서 수많은 경쟁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마저도 종종 미국의 산업정책에서 정하는 조건에 따라 플레이해야 한다.
시장 접근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양보와 투자 약속, 그리고 최근 관세 협상이 보여주듯 수십억 달러의 자본을 대가로 해서야 겨우 미미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아프리카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향후 25년간 인구는 두 배 가까이 늘어 25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억 명이 도시로 이동해 오늘날 중국이나 인도의 두 배 규모에 달하는 소비 계층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측된다. 대륙 전체 평균 GDP 성장률은 4%를 웃돌고, 몇몇 국가는 그보다 훨씬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확인된 광물 매장량의 30%를 보유하고 있다. 그 안에는 코발트, 망간, PGM(백금족 금속) 등이 포함됐다. 모두 에너지 전환과 한국이 주도권을 노리는 기술들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그리고 미국과 달리 아프리카는 이 자원들과 관련해서는 경쟁자가 아닌 공급자다.
한국은 아프리카에서 희귀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모함으로써 얻은 존경이다. '한강의 기적'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깊이 울림을 줬다. 회복력, 효과적인 리더십, 그리고 의지만 있다면 국가가 얼마나 빠르고 지속적인 변화를 성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다. 이러한 친밀감은 한국에 파트너로서 신뢰감을 부여한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선도자'(first mover·퍼스트무버)가 산업을 형성하고, 기준을 세우고, 인프라를 구축할 여지가 남아 있다. 다른 이들이 지배력을 굳히기 전에 말이다. 이런 위치는 성숙한 시장에서는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해도 살 수 없다.
이처럼 아프리카가 더 효과적인 장기적 투자라는 압도적인 근거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다른 지역에 쏟아붓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부분적으로는 익숙함이 주는 안락함 때문이다. 수십 년간의 무역 관계와 법적 친숙함, 그리고 조약으로 맺은 동맹이 주는 안전함이 원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아프리카를 여전히 낡은 시선으로 보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곳으로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시장이 평가받는 것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고 개혁 주도적이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한국이 미국, 중국, 아세안(ASEAN)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무역·투자·외교·개발 통합 전략을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다른 지역에 투자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들도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적 외교가 진정으로 미래를 확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면 논리는 명확하다. 우리는 지금 아프리카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조기 진입의 이점이라는 기회의 창이 열려 있을 때 말이다. 그 창이 닫히고 나면, 아무리 많은 자본을 쏟아부어도 다시 들어갈 길은 없을 것이다.

◇ 한국의 비일관적인 대(對)아프리카 정책
지난 20년간 한국의 아프리카 교류는 전략적이라기보다는 산발적이었다. 2006년 출범한 한-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는 여전히 대표 행사로 남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저 발표의 무대일 뿐 실행의 플랫폼이 되지 못했다. 약속은 이어지고 업무협약(MOU)은 체결되지만, 후속 조치는 일관성이 없다.
물론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다. 2018년 설립된 한-아프리카재단(KAF)은 중요한 진전이었다. 한국과 아프리카 54개국 사이에서 인식을 제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교류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한 업무 성과는 폭넓게 존중받고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를 정책 의제에 지속해 포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표면적으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 중대한 발걸음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아프리카를 위한 완결성 있고 체계적인 정책 모델을 마련하지 못했다. 가시적인 타임라인이 담긴 명확한 로드맵 역시 여전히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8월 일본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와 대비된다. 사흘간의 TICAD 프로그램은 프로젝트 논의, 부문별 세션, 구체적 목표들로 가득했다. 일본은 TICAD를 비전 실행으로 전환하는 도구로 본다. 정부, 민간, 아프리카 측 파트너들을 결과물 기준으로 정렬시키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아프리카 교류는 여전히 힘이 부족해 보인다. 고위급 외교에 치중하고 실행할 수 있는 성과에는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는 2년마다 주최하는 아프리카-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Africa Singapore Business Forum)에서 TICAD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간 비즈니스 교류 및 무역을 위한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 필자는 8월 말 이 포럼에 패널리스트로 참석해 '한국도 아프리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중국, 일본, 싱가포르의 행보를 잘 참고해 한국의 니즈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필자는 한국 주위의 다른 국가들은 과감히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한국이 필히 깨닫고 한국만 기회를 놓쳐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회원국 수 기준 세계 최대의 무역 블록을 보유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투자 환경을 재편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유럽과 중국 기업들은 이미 새로운 틀 속에서 기회를 선점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에너지 전환은 독일과 일본으로부터 초기 대규모 투자를 끌어냈다. 이들은 이미 수소와 재생에너지 분야의 파트너십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상응하는 전략이 없다면 한국은 소외될 위험이 크다.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더 명확하고, 일관되며, 헌신적인 태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 닫히고 있는 기회의 창: 놓쳐버린 기회
한국의 주저함이 초래하는 비용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아프리카의 미래 산업 지형을 형성하는 실제 프로젝트들은 현실화하고 있다. 몇 가지 눈에 띄는 사례들을 보자.
▲ 에티오피아 공항 확장 사업
에티오피아는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에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공항은 두바이에 맞설 아프리카의 차세대 항공 허브로 설계됐다. 자금은 다자개발은행과 양자 간 차관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튀르키예와 중국 기업은 이미 공격적으로 입찰에 나서 수십 년간 이어질 항공·물류·무역 분야의 후속 이익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 건설 경험을 가진 한국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입지의 문제다. 터키와 중국 기업이 EPC(설계·조달·시공)와 장기 운영 역할을 확보하면, 공급망·정비·금융의 생태계는 그들을 중심으로 굳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게는 기회의 문이 조용히 닫혀버린 뒤일 것이다.
▲ 남아공의 그린 수소 확대 노력
세계적 수준의 태양광·풍력 자원을 보유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그린 수소를 국가적 우선 과제로 정했다. 코에가(Coega)의 하이브 수소(Hive Hydrogen) 시설, 그리고 노던케이프(Northern Cape)에서 진행 중인 다수의 타당성 조사와 같은 프로젝트들을 필두로 유럽과 아시아로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은 이미 기본 협정을 체결했다. 이들은 보조금을 제공하며 남아공 기관들과 파일럿 단계의 파트너십을 시작했다.
한국은 스스로 수소 선도국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단 하나의 실질적인 파트너십이나 구매 계약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 정책입안자들이 수소 경제를 이끌어 가겠다고 말하는 동안 경쟁국들은 이미 글로벌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그리고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유리한 해상 운송로를 갖춘 남아공은 그 공급망의 중심이 될 것이다.
▲ 아프리카의 전기차용 광물 공급망
아프리카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광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코발트, 망간, 리튬, 니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나이지리아,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등은 더 이상 원광석만을 수출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은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을 위한 가공 허브와 통합 가치사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기업은 이미 깊숙이 자리 잡아 가공 시설에 자금을 대거나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기업은 합작투자를 모색하면서 구매권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핵심 광물에 대한 안정적 접근이 필수적인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을 가진 한국은 아직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맺지 못했다. 초기 지분 투자, 가공 협력, 구매 계약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다른 나라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가격 수용자(price-taker)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 있다. 중국이나 미국의 지원을 받는 공장들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그들의 공급망 장악력을 무너뜨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한가. 위 사례들은 단순히 개별 프로젝트들이 아니라 전략적 교두보다. 한 번 확보되면 공급망 표준, 장기적 상업 관계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한국이 진입을 위한 첫 파도를 놓치면,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를 놓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유지될 가치사슬에 연결될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선발 주자가 게임의 규칙을 만든다. 나머지는 꼬리잡기할 뿐이다.

▲ Matchmaker, Matchmaker(중매쟁이, 중매쟁이)
196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한 인기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서 테비예의 딸들은 이렇게 노래한다. "중매쟁이, 중매쟁이, 짝을 찾아줘, 괜찮은 이를 찾아줘." 우리는 본질적으로 삶과 비즈니스에서 타인의 환심을 사고자 한다. 이는 곧 다른 이의 니즈를 충족하는 데 있다. 즉 니즈에 필요한 '짝'을 잘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누군가의 필요한 점(니즈)은 다른 이의 잘하는 점(강점)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시너지가 발생하고 상업적 논리까지 작동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과 아프리카를 보자. 한국 기업들의 탁월한 강점은 무엇일까. 건설, 에너지, 기술이다. 아프리카가 성장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역시 인프라, 에너지, 기술이다. 즉, 완벽한 '짝'이다. 물론 다소 단순하게 표현했으나 한국에 10년 넘게 거주한 아프리카인으로서 필자가 보기에 한국과 아프리카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완벽한 짝'이다.
한국의 EPC 대기업들은 아프리카의 거대한 인프라 격차를 메울 수 있다. 세계적 수준의 한국 에너지 기업은 대륙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프리카 대륙은 여전히 수억 명이 기본적인 전기 공급조차 받지 못한다. 한국의 기술 선도 기업은 낡은 시스템을 없애고 아프리카가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기반 공공서비스, 디지털 경제 등을 밑바닥부터 구축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호환성'이 아니다. 대륙 규모의 보완적 우위를 얘기하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 아프리카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나서기 전에 그 기회를 붙잡을 것인지이다.
이제 한국의 해외직접투자(OFDI)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 지역인 미국 및 유럽과 비교해 보자. 이 지역은 이미 완성된 경제다. 거대하고 성숙한 인프라, 안정적 전력망,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첨단 기술 생태계가 있다. 미국 내 투자는 점진적 업그레이드와 미미한 수익을 위한 것이다.
이 시장에서 한국 EPC 기업들이 노릴 수 있는 것은 이미 국내외 입지가 공고한 경쟁자들로 붐비는 시장에서 작은 몫을 차지하는 정도다.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미 99% 이상의 전력 보급률을 갖고 있다. 발전·송전의 혼합도 잘 정착돼 있다. 기술과 IoT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모든 부문이 포화 상태다. 정책은 철저하게 규제된다. 강력한 기득권에 의해 주도되는 환경에 들어가야 한다.
아프리카는 이와 대조적으로 빈 도화지(blank canvas)다. 인프라는 여전히 그려지는 중이다. 전력망은 아직 뻗어가는 중이다. 디지털 시스템은 처음부터 새로 구축되는 중이다. 한국 기업은 그 위에서 기존 것들의 대체가 아닌 향후 수십년간 수백만 명의 삶과 일터를 규정할 도시, 전력망, 네트워크를 디자인하는 것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과 EU가 이미 지어진 집을 리모델링하는 시장이라면 아프리카는 도시 전체를 설계하고 새로 건축할 수 있는 시장이다. 한쪽 길은 일시적 접근을 보장할 뿐이고 다른 길은 오랜 기간 주인이 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은 세입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건축가가 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 닫히는 창
기회는 무한정 열려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공항, 전력망, 플랫폼 등이 다른 나라들에 의해 건설되면 한국이 그것들을 설계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창은 닫히고 있다. 주저하며 보내는 해마다 진입 비용은 커지고 우리가 가질 수 있었을 영향력은 줄어든다.
만약 수십 년에 걸쳐 복리로 가치가 불어날 미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를 구축하는 손가락은 아프리카를 가리킨다. 남은 하나의 질문은 한국이 아프리카를 부차적 과제가 아닌 전략적 투자로 대할 것인지이다.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말이다.

◇ 한국이 해야 할 일: 아프리카 도약을 함께 설계해야
나아가야 할 길은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태도와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 정부 리더십: 한국은 공식적인 '아프리카 전략 2030'을 수립해야 한다. 부처 간 조율을 통해 명확한 예산, 부문별 목표, 파트너십 체계 등을 설정하는 계획이다. 특히 인프라, 핵심 광물, 그린 에너지 등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민간 부문 참여: 한국 기업들이 합작투자를 추진하고, AfCFTA가 제공하는 기회를 모색하며, 아프리카개발은행(AfDB)과 다른 다자개발은행을 통한 위험 완화형 금융을 적극 이용하도록 장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수출신용과 대외협력기금(EDCF) 역시 단순한 정부 간 프로젝트 자금 조달이 아니라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한다.
▲ 태도의 전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아프리카를 '개발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 '상업적·전략적 파트너'로 대하는 것이다. 그 차이는 상당하다. 전자는 자선의 태도이고, 후자는 공동 투자의 태도다.
한국이 지금 행동한다면 여전히 아프리카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이를 통해 스스로 미래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 주저한다면 다른 이들이 자리를 굳히고 한국은 영영 바깥에서 들여다보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이런 경험을 한 바 있다. 1990대에 한국이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을 때, 베트남은 여전히 '위험한 목적지'로 인식됐다. 지금도 글로벌 법치 지수에서는 낮은 순위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정부 정책과 민간 부문의 추진 방향을 일치시키는 의도적인 전략을 통해 해외 투자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오늘날 한국 기업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외국인 투자자 중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뒷받침하는 산업단지, 제조 허브, 장기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핵심은 장기적 비전, 인내,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의지, 그리고 현지 환경에 맞춘 유연한 전략이었다. 현지 인프라 개발과 숙련 인력 양성도 수반됐다. 교훈은 분명하다. 올바른 비전에 협력과 꾸준함을 더한다면 한국은 위험으로 생각했던 것을 지속 가능한 기회로 바꿀 수 있다.
필자는 확신한다. 아프리카는 세계 경제의 기록에서 부록(side note)이 아니라 다음 장(chapter)이다. 그리고 한국은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수단과 인재, 그리고 역사가 있다. 부족한 것은 단 하나, 절박함이다. 지금 행동하면 우리는 아프리카의 도약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미래 또한 확보할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티모시 주한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현 대륙아주 변호사, 아프리카 실무 총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스테이트대학(University of the Free State) 상학사(B.Com) 및 법학사(LL.B.) 취득, 주한 남아공상공회의소(SAFCHAM) 회장, 법무부 자문위원, 월드지식포럼 및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고위급 패널 좌장 역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