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차 방한…현기영과 12일 개막 대담
이수지·김주혜·후즈키 유미 등 국내외 작가 29명 참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한국 영화가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 문학도 아시아 최고봉에 서서 우리 아시아 문학을 이끌어가기를 바랍니다."
중국 유명 소설가 옌롄커(67)는 11일 한국문학번역원이 개최하는 '2025 서울국제작가축제'(이하 작가축제) 간담회에서 높은 수준의 한국 문학이 세계에 아시아 문학을 알리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작가축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옌롄커는 "동아시아에서 한국 문학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옌롄커는 "한국 문학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 한국 문학은 개인에 대해, 특히 약자들에게 굉장히 큰 관심을 기울인다"며 "중국 문학은 약간의 구속을 받는다. 중국에서 작품을 창작하려면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속에서 아시아 문학은 다소 명확한 지향이 없다는 인상을 준다"며 "아시아 문학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의 답을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는다면 어렵겠지만, 상대적으로 더 번영하고 자유로운 한국이 중심이 되면 동아시아 문학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축제는 이달 12∼17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린다. 옌롄커를 비롯해 8개국 10명의 외국 작가와 19명의 한국 작가가 참여한다.
축제의 주제는 '보 이 는 것 보 다 ( )'이다. 이번 행사 기획위원인 남승원 문학평론가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을 넘어선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런 주제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축제의 첫 행사는 옌롄커와 소설 '순이 삼촌'의 현기영(84) 작가의 개막 대담이다. 두 사람은 국가의 억압과 폭력을 정면으로 다뤄 주목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기영은 "중국과 한국 모두 압축성장을 겪는 과정에서 인간성이 마모되고 인간이 물질만 좇는 현상을 겪었고, 이런 현상이 옌롄커 선생의 글에 풍자와 해학으로 잘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옌롄커 선생과의 대담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끔 드러내는 것, 물질만 좇는 세태나 풍조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작가축제는 한국문학번역원이 2006년부터 개최해온 국제 문학 축제다.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을 지원하고 국내외 작가들이 사회적 의제와 시대적 감수성을 공유하는 교류의 장이다.
6일간 열리는 축제에서는 국내외 작가들이 대담 또는 주제 토론에 참가한다.
소설가 김숨은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와 '보 이 는 것 보 다 (강인한 삶)'를 주제로 대담하고, 베스트셀러 소설집 '혼모노'의 작가 성해나는 소설가 우다영, 일본 시인 후즈키 유미와 '핸드폰으로만 글을 쓴다면'을 주제로 토론한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그림책 작가 이수지와 프랑스 그림책 작가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대담도 진행된다.
이밖에 이탈리아의 마테오 B. 비앙키, 프랑스의 빅토리아 마스, 미국의 세라 핀스커, 스웨덴의 요나스 하센 케미리 등의 해외 작가들이 참석한다.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작가축제는 세계 각국의 작가가 문학으로 하나 되는 소중한 자리"라며 "해외 문학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한국 문학이 세계 문단에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글로벌 축제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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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