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김하성(30·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은 '학습효과'라는 걸 아예 모르는걸까. 자신의 커리어에 큰 손실을 남긴 위험한 플레이에 대한 애착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바로 도루에 대한 이상한 집착이다.
그런데 정작 김하성의 도루는 팀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다 김하성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데도 그다지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게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쯤되면 최소한 이번 시즌 잔여경기에서만이라도 도루를 봉인해야 하는 게 더 바람직한데 여전히 틈만 나면 도루를 시도하려 한다. 이건 고집을 넘어선 아집의 수준이다.
김하성이 애틀랜타 이적 후 처음으로 도루를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다시 부상을 입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김하성은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전날 컵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김하성은 다시 안타생산을 재개했다.
김하성이 다시 안타를 쳤다는 점은 반갑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볼 수 없다. 안타 1개를 친 반면, 삼진은 2개나 당했고 심지어 도루실패까지 기록했다. 타율은 0.223(112타수 25안타)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더불어 팀 역시 2대3으로 지며 2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김하성이 중심 타선에서 전혀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태지 못한 결과다.
무엇보다 이날 김하성은 무리하게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하며 결과적으로 팀에 마이너스 효과를 안기고 말았다.
2회말 1사 후 첫 타석에 나온 김하성은 컵스 선발 제임스 타이욘을 상대로 2루수 땅볼을 치며 아웃됐다. 4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중전 안타를 날렸다.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높은 싱커(92.5마일)를 받아쳐 중전 안타로 만들어냈다.
1-2로 역전당한 상황에서 선두타자 안타는 100점짜리 플레이라고 볼 수 있다. 팀에 동점이나 역전 찬스를 제공할 확률이 늘어난다. 후속 타자들의 활발한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김하성이 갑자기 도루를 시도했다. 자신이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욕이 앞선 듯 하다. 후속타자 오지 알비스가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된 이후였다. 마이클 해리스 2세의 타석 때 김하성이 갑자기 2루로 단독 도루를 시도했다. 하지만 컵스 포수 카슨 켈리의 정확한 송구가 2루 커버에 들어온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에게 이어졌고, 김하성은 태그아웃 당했다.
이로 인해 1사 1루가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고, 해리스 2세마저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치며 아무 소득없이 이닝이 끝났다. 역전당한 바로 다음 공격이닝 때 선두타자 출루를 해놓고도 결과적으로는 삼자 범퇴를 당한 꼴이 되어버렸다. 경기 초반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김하성의 도루 실패는 팀 플레이 측면에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이날 애틀랜타가 1점차 패재를 당한 점을 고려하면 김하성의 도루 실패는 상당히 아쉬운 장면이다. 더구나 김하성은 도루와 관련해 큰 피해를 입은 인물이다. 피해 사례가 제법 많다.
일단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일 때 2루 도루를 노리며 1루에서 리드폭을 늘렸다가 상대 견제 때 급히 슬라이딩으로 돌아오다 어깨를 다쳤다. 이걸로 시즌 아웃됐고, 11개월이나 재활을 진행해야 했다. 무엇보다 이 부상 때문에 'FA대박' 기회를 놓쳤다.
만약 김하성이 부상을 입지않고 지난 겨울 건강한 몸으로 FA시장에 나왔다면 총액 '1억달러(약 139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김하성이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며 FA시장에 전혀 어필하지 못했다. 겨우 탬파베이와 2년-2900만달러에 계약할 수 있었다.
탬파베이에서도 마찬가지로 도루 때문에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 지난 7월초 재활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김하성은 이후 두 차례나 도루를 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종아리와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짧은 기간에 2번이나 부상자명단(IL)에 들어가고 말았다. 당연히 경기감각은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고, 너무나 저조한 타격으로 인해 끝내 탬파베이는 김하성을 버리기에 이르렀다.
탬파베이는 지난 2일 김하성을 방출했다. 시장으로 쫓겨나온 김하성을 잡은 건 애틀랜타였다. 애틀랜타가 김하성에게 기대한 면은 수비력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기여였다. 특히 심심치 않게 터트리는 일발장타에 매력을 느꼈다. 애틀랜타가 김하성의 도루 능력을 보고 영입한 건 아니다.
김하성은 애틀랜타 합류 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합류 이틀만인 지난 4일 시카고 컵스 원정경기에서는 역전 3점홈런으로 애틀랜타 합류 후 첫 타점과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대로라면 내년시즌 애틀랜타에서 주전으로 잘 뛰다가 겨울에 FA로 나시나가 대박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려먼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김하성이 올해 잔여시즌을 건강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타격능력도 좀 더 많이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도루는 당분간만이라도 봉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 앞선 경험을 통해 도루시도는 부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드러났다.
지금 시점에 김하성이 만약 도루를 시도하다 또 부상을 입으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유리몸'을 만천하에 드러내면서 FA시장에서도 차갑게 외면받게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김하성이 무리한 도루 시도를 하지 않으면 된다. 최소한 올해 잔여경기에서만이라도 더 이상 도루를 시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김하성 스스로가 '거물'이 되고 싶다면, 큰 그림에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 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작은 플레이에 집착하다간 절대 '대박'을 낼 수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