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스포츠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게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남자 양궁의 에이스 김우진(33·청주시청)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김우진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궁사다. 그는 '별들의 무대'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5개를 획득했다.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 대회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선 혼성 단체, 남자 단체, 남자 개인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양궁 3관왕에 올랐다. 또 통산 올림픽 금메달 5개로 늘리며 이 부문 한국인 최다 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16년 만에 열린 2025년 광주 세계양궁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정조준했다. 안방에서 치르는 만큼 2021년 양크턴(미국) 대회에 이어 또 한 번 3관왕을 기대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그는 예선 라운드에서 701점을 쏘며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진 않았다. 그는 10일 열린 남자 개인전 첫판인 32강전에서 마르쿠스 달메이다(브라질)에게 4대6(28-28, 28-28, 28-30, 29-29, 30-30)으로 패했다. 안산(광주은행)과 짝을 이뤄 나선 혼성 단체 결승전에선 스페인의 엘리아 카날레스-안드레스 테미뇨에게 2대6(35-36, 37-38, 38-36, 34-37)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김우진은 김제덕(예천군청)-이우석(코오롱)과 팀을 이룬 남자 단체전에서 미국을 6대0(56-55, 57-55, 59-56)으로 잡고 3연패를 달성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금메달 1, 은메달 1개로 마무리했다.
김우진은 "(개인전) 부담감보다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은 당연한 거 아닐까 싶다. 정말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어떤 선수가 어떤 기량을 발휘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그 선수가 빛날 수도 있다. 반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발목 잡혀 좋지 않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 스포츠의 한 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점을 찍는다고 해도 그 정점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앞으로 계속해서 더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혼성전 은메달에 대해서도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치렀다. 경기를 하다 보면 무슨 이유를 붙이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냥 스포츠 경기를 하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다만, 결승전에서 한국의 결과였기에 더 이슈가 됐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대회가 끝이 아니다. 또 새롭게 다시 나아가야 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여자 개인전에 나선 안산(광주은행) 강채영(현대모비스) 임시현(한국체대)은 나란히 16강에 진출했다. 12일 '금빛 명중'에 도전한다. 광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