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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1할이 그렇게 높은 벽이었나?' 피츠버그 배지환 또 무안타, 시즌 타율 0.071. 2볼넷-2도루는 훈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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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4개월 만에 빅리그로 콜업한 배지환(26)이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또 무안타에 그쳤다.

대신 볼넷 2개를 얻어나가 2개의 도루를 기록하긴 했다. 그나마 최소한의 자기 역할은 한 셈이다. 하지만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빅리그 레벨에서 타격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결과다.

배지환은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경기에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8일에 전격적으로 빅리그에 콜업된 이후 두 번째 선발 출전경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안타를 기록하는 데 실패했다. 네 차례 타석에 나와 볼넷 2개를 골라내면서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피츠버그도 1대2로 졌다.

배지환의 시즌 타율은 0.071(14타수 1안타)로 더 낮아졌다. 타율이 1할에도 못 미친다. 아무리 빅리그 경기 경험이 적다고 해도 이건 충격적인 수준이다. 메이저리그 레벨에 어울리지 않는 타율이라고 비판받아도 반론할 수 없다.

이날 배지환은 3회초 첫 타석에 나와 볼티모어 선발 타일러 웰스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다 6구째로 들어온 높은 코스의 커터(89.6마일)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이어 6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웰스로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냈다. 배지환의 선구안이 좋아서 만든 볼넷이 아니다. 웰스의 제구력이 갑자기 크게 떨어지면서 제대로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지 못한 결과다. 포심 3개는 너무 높이 떴고, 체인지업 1개는 반대로 너무 낮게 들어왔다. 배지환은 가만히 서 있다가 출루했다.

손쉽게 1루를 밟은 배지환은 후속 헨리 데이비스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좋은 득점 기회를 팀에 제공했다. 배지환의 시즌 3호 도루였다. 하지만 이후 제러드 트리올로와 스펜서 호위츠가 각각 중견수 뜬공과 2루 땅볼에 그치며 배지환은 홈에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배지환은 8회초 1사 2루에 나온 세 번째 타석에서도 볼넷을 골라냈다. 상대 두 번째 투수 숀 더빈과 풀카운트 싸움을 펼쳤다. 이번에는 그나마 배지환의 선구안이 어느 정도 개입된 결과였다. 풀카운트에서 살짝 낮게 들어온 6구째 포심(94.4 마일)을 잘 참아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약간 낮게 들어왔는데, 배트를 내지 않았다. 볼이 선언됐다.

1루에 나간 배지환은 이어진 2사 1, 3루 때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후속타 불발로 득점은 이뤄지지 못했다. 경기가 연장에 돌입한 뒤 배지환은 연장 10회초 2사 3루 때 또 타석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결국 배지환은 빅리그 콜업 이후 여전히 안타를 치지 못하면서 타격 면에서 약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만 보여주고 있다.

올해로 어느덧 메이저리그 4년차를 맞이한 배지환은 지난 3월 스프링캠프에서 꽤 좋은 활약을 펼쳤다. 스프링캠프 20경기에서 타율 0.381(42타수 16안타), 1홈런, 4타점, 13득점, 3볼넷, 3도루, OPS 1.017을 마크, 팀내 타율과 안타, 득점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개막 로스터 외야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빅리그에서 허술한 플레이를 펼치다 단 2경기만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사실상의 강등처분이나 마찬가지였다. 배지환은 시즌 첫 출전이었던 3월 30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리드오프 좌익수로 선발출전했으나 4타수 무안타에 삼진을 3개나 당했다.

이어 31일 마이애전 때는 대주자로 나왔다가 어수선한 베이스러닝을 펼치다 끝내 3루에서 주루사를 기록했다. 결국 이런 모습에 실망한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은 곧바로 배지환을 마이너리그로 보내버렸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로 간 배지환은 2할후반대 타율을 꾸준히 이어갔다. 덕분에 지난 5월10일에 빅리그로 콜업되며 다시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이때도 5경기에서 타율 0.143(7타수1안타)에 그치며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금세 또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았다.

이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콜업됐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안타를 치지 못하며 시즌 타율은 1할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어진 타석이 아직 적어서 그렇다고는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배지환의 타격능력 자체가 빅리그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합당할 듯 하다. 지난 3년간의 성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결국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배지환이 볼넷이나 도루를 추가해봐야 큰 의미는 없다. '전문 대주자요원'이 배지환의 목표가 아니라면, 근본적으로 타격의 약점을 해소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결국 메이저리그에 배지환이 설 자리는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