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기념 공연…"멋모르고 따라 하던 춤, 가르치는 게 더 어려워"
"한국 춤 위한 전용무대 필요…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늘 '춤 배'가 고팠습니다.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왔죠. 이제는 몸이 기억하는 60년을 풀어보려 합니다."
1964년 농악 소리에 빠지면서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될 기술을 배우러 들어간 학교에서 농악대에 들어갔고, 장구춤으로 사람들 앞에 섰다.
내로라하는 전통 춤꾼들을 사사했고, 그들의 춤을 이어받아 한 단계 끌어올렸다. 19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등 국가적 행사에서는 개막식 안무를 맡기도 했다.
'국내 남성 직업무용가 1호' 국수호(77) 디딤무용단 이사장 겸 예술감독의 이야기다. 한국 춤의 예술적 지평을 넓혀온 그가 춤 인생 60년을 맞았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만난 국수호 이사장은 "내 춤은 시간의 흔적"이라며 "60년의 세월이 오롯이 몸과 움직임 속에 기억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실 마룻바닥에서 춤을 추다가 발바닥에 가시가 박혔는데도 병원에 안 가는 게 일상이었다. 병원 가는 것보다 춤을 못 추는 게 더 무서운 일이었다"고 떠올렸다.
지난 60년을 돌아보는 무대는 그에게 '다시 시작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선보였던 공연 '무악'에 이어 두 번째로 펼치는 이번 공연은 '보허자무'(步虛子舞)를 중심으로 한다.
'허공을 걷는 자'라는 뜻에 맞춰 그가 펼쳐온 60년 춤 인생을 정리하는 무대로, 새롭게 창작한 춤 6편을 공개한다. 이달 24일과 25일, 27일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집(코우스)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그는 시작과 끝을 맡는다.
그는 "60갑자를 돌아 춤의 환갑을 맞은 셈"이라며 "춤을 디자인하고 건축하는 사람으로서 오늘날 시대에 맞는 시선으로 한국 춤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국 이사장은 특히 마지막 날 선보이는 '결'(結)이 공연의 백미라고 귀띔했다. 50년 지기인 박범훈(77) 조계종 불교음악원장이 함께하는 무대다.
그는 "피리 소리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고 즉흥적으로 춤을 출 것"이라며 "두 사람의 몸과 소리에 기억된 60년, 도합 120년 세월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공연을 준비하며 어려움이 없었냐는 말에는 "멋모르고 따라 하면서 내 몸에 온전히 쌓인 춤을 제자들에게 하나하나 가르치다 보니 '이 춤이 이렇게 어려웠나'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공연이 한국 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공연 제목인 '무악'과 관련해 그는 "춤을 주로 하는 악(樂)"이라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가(歌), 무(舞), 악이 함께 해야 한국 예술의 본질이 담기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동안 그는 한국 춤을 위한 전용 무대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는 "일본의 가부키(歌舞伎)나 노(能)의 경우, 전용 극장이 있어 전통 예능의 맥이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소리', '우리 춤'이라면서도 제대로 된 집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라며 "한국 춤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만 '춤판'으로 더 많은 인재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춤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용과 관련해서는 '처용무'가 2009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오른 바 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연습실로 출근하고 있다. '무용가'의 삶이 그렇지 않냐며 그는 웃었다.
"삶은 그 가치를 찾아 나설 때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제게 춤도 그렇습니다. 여태 살아온 궤적을 춤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가치를 더할지 계속 고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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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