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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생일도 지워버린 해외입양…다큐 '로스트 버스데이' 공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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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시사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입양 서류에는 고아라고 돼 있었지만 가족들은 나를 30년간 찾아다녔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된 이바 호프만씨는 이렇게 말했다. 입양 서류에 '고아'로 기재돼 친부모를 찾을 생각도 못 하고 살았던 그는 30년 만에 극적으로 친가족을 만났다.
호프만씨와 같이 과거 해외 입양 과정의 서류 조작 등으로 자신의 원래 이름과 생일조차 알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사람들의 기막힌 사연들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해외 입양 피해자들의 증언과 기록을 담은 다큐 '로스트 버스데이'(Lost Birthday)의 대국민 시사회를 16일 오후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었다.
'로스트 버스데이'는 피해자들의 입양 기록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힘쓰는 한인 입양인 커뮤니티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DKRG)의 공동대표 한분영 씨와 피터 뮐러 씨의 행적을 따라간다. 두 사람 역시 피해자들이다.
영화는 조작된 입양 서류로 해외에서 살게 된 입양인들의 삶과 고통을 진솔하게 담았다. 그러면서 위조된 생년월일과 바꿔치기 된 기록 등 조직적인 '아동 매매' 시스템의 실상을 고발한다.
이는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한 '해외 입양 과정 중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약 1년의 제작 기간 미국, 덴마크, 프랑스 등 현지 취재와 국내외 촬영을 거쳤으며 배우 라미란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진실화해위는 해외 입양 피해를 국민과 공유하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시사회를 마련했다. 시사회에는 미리 신청받은 시민들과 해외 입양 당사자와 가족, 입양 단체 등이 참석했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은 축사에서 "해외 입양은 국가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인권침해"라며 "다큐멘터리가 잃어버린 역사를 드러내고, 국제법규에 따라 해결을 모색해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분영 씨는 시사회 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기를 바란다"며 제작진과 관람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로스트 버스데이'는 추후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앞서 미국·덴마크·스웨덴 등 11개국에 입양된 한인 367명은 자신들의 입양 서류가 조작돼 '정체성을 알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신청했다.
이 중 56명이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받았으나 311명은 2기 진실화해위의 조사 기간 만료로 '조사 중지' 상태로 남게 됐다.
2yulrip@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