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 중학교 2학년 A군은 최근 수개월 동안 두통과 복통을 반복적으로 호소했다. 부모는 성장기 흔한 증상으로 여겼지만, 학교 상담교사의 권유로 정신건강 클리닉을 방문한 결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 고등학교 2학년 B양은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피하면서 방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부모는 딸이 반복적인 짜증과 극단적인 말까지 하게 되자 병원에 데려갔고 초기 우울증으로 판명됐다.
'마음의 병'을 겪는 소아·청소년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0대 미만 및 10대의 우울증 진료 환자는 2020년 4만 808명에서 2024년 7만 5232명으로 급증했다.
4년 사이 약 84.3%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20대 환자 증가율(35.9%)의 2.3배가 넘는다.
잠재적인 환자를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적·환경적 요인과 연관…성인과 다른 증상 보여
소아·청소년 우울증의 원인은 60%가 환경적 요인이고, 나머지 40%는 유전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과도한 학업 부담 ▲또래 관계 문제 ▲가정 내 갈등 ▲스마트폰 및 SNS 과다 사용 ▲아동학대와 같은 트라우마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단절과 고립, SNS 속 비교 문화가 최근 들어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경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거나 해소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작은 갈등과 스트레스도 쉽게 우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 우울증은 성인과는 차이가 있다. 성인 우울증의 경우 무기력·자책감·슬픔이 중심이라면, 아동·청소년은 ▲짜증과 분노의 폭발 ▲집중력 저하 ▲수면·식욕 변화 ▲두통·복통 등 신체 증상 ▲성적 급락 등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와 우울증 증상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춘기 때에는 대체로 감정의 기복이 있지만 우울증은 감정 변화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약물·정신 치료 병행…재발·만성화 고려해 유지 치료 중요
치료는 증상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경미한 경우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일차적이다.
정신치료는 면담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지지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가 비교적 널리 쓰이며 현 건강보험체계에서 일반상담 기록으로 변경되어 적용 중이다. 즉, 건보 청구는 가능하지만,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살 등 극단적 사고가 심하거나 정신 증상이 동반된 경우는 입원치료를 권한다.
약물치료에는 항우울제, 항불안제 및 항정신병 약물 등이 포함된다. 이밖에 자기장을 이용한 경두개자기자극술(TMS), 전기경련치료, 광치료 등 보조적 치료법도 활용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아랑 교수는 "재발과 만성화를 막기 위해 급성기 치료 후에도 유지 치료를 되도록 길게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달라진 행동, 단순한 사춘기로 치부 말아야
소아·청소년 우울증은 완벽히 예방할 방법은 없다. 조기 발견과 세심한 관심이 최선이다.
조아랑 교수는 "짜증이 늘고 무기력해하며 등교 또는 학원 가기를 거부하거나 자주 아프다고 호소할 때 이를 단순한 사춘기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가정에서는 따뜻한 대화를 하며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조 교수는 "부모의 우울증, 부부 갈등, 가정 폭력은 아동의 정서에 큰 악영향을 미치므로 주의해야 한다"면서 "과정과 노력을 중심으로 아이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긍정적인 또래 관계를 지지하고 과도한 학습 부담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는 규칙적 수면, 적절하고 균형 잡힌 식사,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조 교수는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 시 참을성이 줄고 불안·우울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어 휴대폰 사용을 조절하고 그것을 대신할 건강한 놀이 활동(그림 그리기, 글쓰기, 음악 활동 등)을 찾는 것도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하루 1시간 정도, 주 3회 이상 유산소 운동(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줄넘기 등)을 권장한다.
다만 운동량을 고집하기보다는 아침 스트레칭, 학교 끝나고 30분 걷기, 계단 오르기 등 규칙적인 습관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식단은 인스턴트와 고지방·고당분 식품은 피하고 규칙적으로 고르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식사는 반드시 먹고, 하루 기준으로 채소(400g, 종이컵 약 2개), 과일(사과 1개, 바나나 1개, 포도 한 줌) 200g, 견과류 한 줌, 육류(살코기 기준) 100g, 요구르트 1컵 등과 주 2회 이상 생선(연어, 고등어, 참치 등 한 토막) 200~300g을 섭취하는 게 권장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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