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와 명승부 펼치며 2025 도쿄 세계육상선수권서 3년 만에 2위
"발목 부었지만, 남은 에너지 쏟아 은메달…커와의 경쟁 즐거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우상혁(29·용인시청)이 자부심과 아쉬움을 동시에 안고 귀국했다.
빛나는 2025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은메달도 귀국 짐에 있었다.
18일 오후 김포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우상혁은 "8월에 다치지 않았다면, 더 높은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다행히 종아리 상태가 90% 회복됐고, 남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 시상대에 설 수 있었다. 두 달 만에 실전을 치러 발목이 부었지만, 그동안 훈련한 시간을 믿고 뛰니 기적처럼 2m34를 넘었다"고 은메달을 딴 과정을 압축해서 설명했다.
우상혁은 16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넘고 2위를 차지했다.
2022년 유진 대회에서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은메달(2m35)을 딴 우상혁은 도쿄에서 통산 두 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메달 3개(은 2개, 동 1개) 중 2개를 우상혁이 수확했다.
우상혁은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메달 2개 이상을 손에 넣은 선수가 됐다.
그는 "8월에 부상을 당한 뒤 기술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동안 해온 게 있으니까, 부상이 재발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우여곡절 끝에 딴 메달이어서, 더 기분 좋다"고 말했다.
해미시 커(뉴질랜드)와 벌인 명승부는 외국 언론도 주목했다.
우상혁은 결선에서 2m20, 2m24, 2m28, 2m31을 순조롭게 통과했다.
2m34를 1, 2차 시기에서 실패한 뒤 우상혁은 "할 수 있다. 상혁아"라고 읊조리며 3차 시기를 시작해 바를 넘었다.
우상혁은 "2m34를 넘었을 때는 '이렇게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4위(2m35)를 했던 좋은 기억도 떠올랐다"며 "경기가 끝나지는 않았으니까, 다시 김도균 감독님(국가대표 코치)과 대화하며 차분하게 다음 시도를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커도 3차 시기에서 2m34를 통과해 우상혁과 커의 2파전이 시작됐다.
우상혁은 2m36을 1차 시기에서 실패했고, 커는 1차 시기에서 바를 넘어 메달 색깔이 갈렸다.
우상혁은 바를 2m38로 올려 승부수를 던졌지만, 2차와 3차 시기에서 바를 건드리며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커는 세계육상연맹, APTN과 인터뷰에서 "내가 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며 "절친한 친구인 우상혁과 좋은 경기를 해 금메달이 더 값지다"고 밝혔다.
우상혁은 "다른 선수가 아닌 커와 경쟁해서 더 좋았다"며 "다만 '내가 8월에 부상만 당하지 않았다면 커와 2m36, 2m38의 더 좋은 기록으로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은 남는다"라고 떠올렸다.
국제대회 7연승 행진을 벌이던 우상혁은 8월 10일 독일 하일브론 국제 높이뛰기 대회 출전을 앞두고 종아리에 불편함을 느꼈고, 결국 종아리 근막 손상 진단을 받았다.
약 2주 동안 기술 훈련을 멈추고 치료에만 전념했고, 이후에도 세계선수권 직전까지는 종아리 보호를 위해 점프 훈련도 최소화했다.
약 2개월 만에 실전을 치르느라 발목이 퉁퉁 부었지만, 우상혁은 도쿄에서 한국 육상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라는 자부심과 우승 기회를 놓친 아쉬움은 우상혁에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우상혁은 "세계실내선수권 금메달은 2개(2022년 베오그라드, 2025년 난징) 있지만,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만 2개 땄다. 올림픽 메달도 아직 없다"며 "다행히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7년 베이징 세계선수권,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차례대로 열린다. 멈추지 않고, 행복한 점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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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CI9BR3EqVc]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