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목동구장 땡볕 아래서 2경기만 봐도 구토가 나올 정도던데요? 그렇게 고생하면서 뽑아온 선수들에 대해 뭐라 못하죠."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SSG 랜더스는 "계획대로 지명할 수 있었다"며 대단한 만족감을 표했다.
SSG는 17일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내부적으로 만족할만 한 결과표를 손에 넣었다. 1라운드에서 대구고 우완 투수 김민준을 영입한 SSG는 2라운드에서 세광고 내야수 김요셉, 3라운드 광남BC 외야수 장재율을 선발했다. 4라운드 지명권은 김성욱 트레이드로 인해 NC가 가져갔고, 5라운드에서 해외파 투수 조재우를, 6라운드 경북고 외야수 이승빈, 7라운드 덕수고 외야수 오시후, 8라운드 경남고 투수 신상연, 9라운드 광주진흥고 투수 김태현, 10라운드 한광BC 투수 김재훈, 11라운드 고려대 내야수 안재연까지 선택했다.
특히 1라운드 지명을 두고 정말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SSG의 1라운드 지명 순서는 다섯번째. 전체 1순위 박준현(키움)을 제외하고는 2~4번에서 어떤 선수가 지명될지 변수가 너무 많았다. '역대급 철통 보안'과 비밀 지명 전략이 유지된 까닭이다.
더군다나 올해 신인 드래프트는 대어급 선수들이 예년보다 많지 않아 오히려 예측이 더 어려웠다. 지난해에는 1,2,3,4순위가 명확하게 보였는데, 올해는 스카우트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그만큼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순위 NC와 3순위 한화가 본인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여기는 야수 보강으로 '깜짝픽'을 하면서 더욱 예측이 어려워졌다. 4순위 롯데마저 피지컬이 좋은 동산고 투수 신동건을 택했다.
다섯번째 SSG는 여러 시뮬레이션을 가동해보고, 또 팀내 가장 필요한 보강 부분을 검토한 결과 선발 투수감을 지명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 순위라고 봤다.
SSG는 7라운드까지 지명한 6명의 선수 중 투수 2명, 외야수 3명, 내야수 1명을 선택했다. 선발 투수와 외야 보강. 팀에서 현재 가장 뚜렷하게 필요로하는 포지션들이다.
1라운드 지명을 앞두고 고민한 유일한 부분은 1라운드 최유력 후보로 점찍어놨던 대구고 투수 김민준과 먼저 지명될 것이 유력해보였던 경기항공고 투수 양우진의 공존이었다. 하지만 SSG는 계획대로, 김민준을 지명했다.
창원 원정에서 경기를 준비 중이던 이숭용 1군 감독 역시 TV 생중계를 통해 1라운드 지명을 지켜봤다. SSG 구단은 현장 지휘자 이숭용 감독과도 지명과 관련한 소통을 해왔다.
이숭용 감독은 "드래프트와 관련해서는 감독이 이렇게 저렇게 의견을 낼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독들은 즉시전력감을 원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도 구단이 먼저 미래 지향적으로 설계를 해서 지명하면 감독이 그 선수를 1군에서도 쓸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내면서 "스카우트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선수들을 몇년간 따라다니며 지켜봐온 분들이다. 그분들이 전문가다. 저도 단장시절 목동에서 2경기를 땡볕에서 봤는데 구토가 나올 정도로 힘들더라. 스카우트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고, 일일이 다 찾아다니면서 봤는데 그걸 현장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숭용 감독 역시 일단 투수를 최상위 라운드에서 뽑는 것에 대한 공감을 했다. 이 감독은 "1,2라운드는 당장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뽑으려고 프런트도 노력을 할 것이다. 그 선수들의 성향에 따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한다"면서도 "작년에 박지환이나 정준재가 와서 쏠쏠한 역할들을 해줬다. 아무래도 투수쪽이 더 보강이 필요하기는 하다"고 밝혔다.
SSG 구단은 이번 드래프트 결과에 대해 "국내 선발 자원 개편을 고려한 마운드 뎁스 강화와 신체적 강점 및 야구에 임하는 태도 등 구단 육성 철학에 부합하는 장점을 지닌 야수 자원 확보에 우선 순위를 뒀다"면서 "김민준은 152km에 이르는 묵직한 패스트볼과 완성도 높은 변화구를 구사해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략대로 선발급 투수와 장타 야수를 고루 지명해 만족한다"고 총평을 남겼다.
창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