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는 후반기 들어 6인 로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블레이크 스넬, 야마모토 요시노부, 클레이튼 커쇼, 타일러 글래스나우, 에밋 시언, 오타니 쇼헤이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현존 최강 로테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서는 이렇게 많은 선발투수가 필요없다. 4명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다저스는 시즌 막판 로테이션을 포스트시즌에 맞춰 운영할 예정이다.
6명 가운데 시언은 불펜으로 보직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한 명을 더 불펜으로 돌려야 한다. 후보로 오타니가 떠오르고 있다. 다저스가 오타니를 와일드카드 시리즈(WCS)에서 핵심 불펜투수로 쓸 계획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8일(이하 한국시각) 현지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타니를 불펜에서 활용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라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오타니가 7일, 8일, 9일, 또는 11일 간격을 두고 선발로 등판한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그가 했던 것과 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독특한 역할이 주어진다고 봐야 한다. 오타니는 매우 체계적이고 규율에 엄격하며 루틴에 맞춰 움직이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펜은 완전히 반대의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위험 요소를 감수해야 할 수 있고,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그렇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자신이 세운 루틴을 매우 엄격히 따르는 '선발투수'다. 더구나 2023년 9월 생애 두 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기나긴 재활을 소화한 뒤 지난 6월 중순 마운드에 복귀해 등판이 불규칙하고 매 경기 대기해야 하는 불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타니는 지난 6월 17일 투수 복귀전을 치른 이후 투구이닝을 서서히 늘렸다. 8월 중순 5이닝을 비로소 채우기 시작했다. 올시즌에는 5이닝을 초과해 던지지는 않는다고 선언했다. 투구수 제한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로버츠 감독이 오타니의 불펜 활용을 검토하는 건 다저스 불펜이 바닥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 17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였다. 하필 오타니가 선발등판해 5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은 경기. 다저스는 4-0으로 앞선 6회 두 번째 투수 저스틴 로블레스키가 5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고, 8회말 6-6 동점을 만든 뒤 9회초 블레이크 트라이넨이 라파엘 마샨에게 3점포를 얻어맞고 6대9로 패했다.
이런 불펜 난조가 경기를 망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어떤 역할이든 팀이 필요하면 맡겠다는 입장이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또한 선발이면 가능한 긴 이닝을 책임지고 싶어한다.
특히 오타니는 일본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했다가 불펜투수로 던질 경우 다시 타자로 서기 위해 외야수도 맡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다양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구원투수로 던진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선수로서 필요한 역할이 뭐든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다. 불펜을 맡게 된다면 투수 교체 후 상황에 따라 외야수로 뛸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내 역할이 뭐든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2022년 도입된 '오타니 룰'은 투타 겸업으로 등록된 선수가 선발투수로 라인업에 들어간 경우 이후 다른 투수로 교체된 뒤에도 지명타자로 포지션을 바꿔 타석에 설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는 선수는 사실상 오타니 밖에 없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땄다.
하지만 지명타자로 들어갔다가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경우 일정 이닝을 던지고 다른 투수로 교체되면 자신의 타순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설 수는 없다. 즉, 일반 야수로 포지션을 바꿔야 라인업에 남을 수 있는데, 오타니는 외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외야수 준비"를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오타니는 다저스 이적 후 외야 수비 훈련을 한 적은 없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의 외야수 겸업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수비 부담까지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타니의 불펜 활용은 경기 막판, 즉 9회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즉 투수 교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쓸 수 있는 보직이다. 마무리로 등판한다고 해도 타자로 치고 주자로 뛰다가 불펜에 들어가 웜업 피칭을 한다는 건 번거롭고 피곤한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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