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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0.00' 78억 초고액 불펜 전환 효과 있네…"많이 받고 왔는데, 팀에 도움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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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많이 받고 왔는데, 그래도 뭔가 팀에 도움이 돼야지."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이 최근 불펜으로 전환한 투수 엄상백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팀에서 기대하는 보직도 아니고, 필승조로 쓰는 상황도 아니기에 칭찬하기는 이르지만, 도움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엄상백을 4년 총액 78억원에 영입했다. 류현진, 문동주와 함께 한화 국내 선발진을 구축할 투수가 한 명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지난겨울 FA 선발투수 최대어로 불렸던 엄상백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엄상백은 FA 계약 첫해 부담감 탓인지 전혀 자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8월까지 19경기(선발 16경기)에서 1승7패, 70⅓이닝, 평균자책점 7.42에 그쳤다. 몸값에 전혀 걸맞지 않은 성적. 엄상백의 부진이 길어지자 "한화가 오버페이를 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김 감독은 고심 끝에 9월부터 엄상백을 불펜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1이닝씩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어 달라는 의미였다. 선발로 계속 쓰기에는 불안하고, 그렇다고 78억원이나 투자한 선수를 2군에 마냥 방치할 수도 없었다. 궁여지책이었다.

초고액 불펜 엄상백은 다행스럽게도 9월 전환점이 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7경기에 구원 등판해 1승, 1홀드, 8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접전에서 기용할 정도로 신뢰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시즌 막바지 지친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김 감독은 "나쁘지 않다. 아직 칭찬을 많이 해줄 때는 아니다. 정말 타이트한 상황에서 계속 공을 던져봐야 한다. 그래도 던지는 유형이 다른 유형(사이드암)이니까. 그리고 불펜 1이닝 던지니까 스피드가 더 빨리 던질 수 있고, 그 역할을 해주다 보면 지금 불펜이 우리 팀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지금 많이들 지쳐 있는데, 팀한테는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2007년 이후 18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LG 트윈스와 1위 결정전만 남겨두고 있다. 포스트시즌까지 고려하면 엄상백이 불펜으로라도 계속 긍정적인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

김 감독은 "많이 받고 왔는데, 그래도 뭔가 팀에 도움이 돼야지 자기도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야구라는 게 FA를 해서 (돈을) 많이 받으면 좋지만, 또 그게 안 됐을 경우 요즘은 유달리 스트레스를 많이 주지 않나.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도 운동장을 나올 때 가벼운 발걸음일 수가 없다. 불펜에서라도 자기 역할을 해 주면서 팀에 도움을 준다면 (엄)상백이도 조금은 그 무거운 짐을 덜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엄상백은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1-2로 뒤진 7회 구원 등판해 1⅔이닝 16구 1안타 무4사구 1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2승째를 챙겼다. 8회초 한화 타선이 3점을 뽑아 4-2로 뒤집은 가운데 김 감독은 8회말 엄상백에게 아웃카운트 2개를 더 맡기며 승리투수의 성취감을 확실히 느끼도록 했다. 한화는 4대3으로 승리해 4연승을 질주했고, 엄상백은 지난 4월 18일 대전 NC 다이노스전 이적 첫 승 이후 1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엄상백은 "2위 확정 경기의 승리라 기분 좋고, 오랜만의 승리라 감회가 새롭다. 2군에 다녀오며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평소보다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다행히 밸런스가 괜찮아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이 밸런스 유지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