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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후야, 이젠 너무 늦어버렸어' 7G 무안타 침묵 깬 SF 이정후, 멀티히트로 반짝 활약. 그러나 팀은 3연패. PS가능성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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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진작에 이렇게 쳤어야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중견수 이정후가 긴 부진의 늪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12일 만에 멀티히트도 기록하며 이제 타격슬럼프가 끝났다는 걸 알렸다. 하지만 그 시점이 너무 늦었다. 하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쳐줘야 할 시기에 슬럼프에 빠지는 바람에 팀이 원하는 모습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최악의 엇박자라고 볼 수 있다.

이정후는 21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 6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정후는 최근 계속된 타격 부진 탓에 전날 경기에서는 선발 제외된 후 대타나 대주자로도 나오지 않았다. 이정후는 지난 11일 애리조나전부터 최근 7경기 연속 무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다. 타수로는 10일 경기부터 총 21타수 연속 무안타였다.

가장 나쁜 타이밍에 나온 최악의 부진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8월 하순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사라진 듯 했던 포스트시즌 진출의 희망을 살려가고 있었다. 9월 초에는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3위인 뉴욕 메츠를 0.5경기 차로 추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이후 메츠가 연패 탈출에 성공한 반면 샌프란시스코의 승률이 떨어지며 승차가 벌어졌다. 하필 이정후가 타격 슬럼프에 빠진 시기와 팀의 부진이 묘하게 겹쳐버렸다. 이정후를 팀 부진의 원흉 중 하나라고 비난해도 반박의 여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일 LA다저스전에 휴식을 취한 이정후는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이날 경기에서는 긴 침묵을 깨고 안타 생산을 재개했다.

이정후는 3-0으로 앞선 1회초 1사 2루 때 첫 타석에 나왔다. 이정후는 LA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높은 커브를 밀어쳐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지난 10일 애리조나전 이후 11일, 22타수만에 나온 안타였다.

1회 안타로 타석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이정후는 3회초 1사 후 두 번째 타석에서도 글래스노우를 잘 공략해 이날 두 번째 안타를 쳤다. 신중하게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이어 7구째로 들어온 94.5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전안타를 날렸다. 1회와 3회에 좌우 스프레이 히트가 터진 건 이정후가 드디어 타격감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뜻이다.

이정후의 멀티히트는 지난 9일 애리조나전 '한 경기 3안타' 이후 12일 만이다. 이정후는 9일 애리조나전 3안타 이후 급격히 밸런스가 무너졌다. 다음날에는 3타수 1안타를 기록했지만, 이후부터 무안타의 늪에 빠져버렸다.

이해할 수 없는 부진이었다. 이정후는 9월 초반에는 상당히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9월 2일 콜로라도전부터 10일 애리조나전까지 7경기에서는 무려 0.500(26타수 13안타)의 고타율을 찍고 있었다. 그러나 11일부터 원인을 알수 없는 타격부진으로 안타 생산을 중단해버렸다.

이정후의 부진은 타오르던 샌프란시스코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던 샌프란시스코의 희망은 이제 사실상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멀티히트를 친 21일 경기에서도 역전패를 당했다. 1회 4점을 선취했지만, 이후 5이닝 동안 점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다저스는 맥스 먼시(1회)와 마이클 콘포토(4회) 토미 에드먼(5회) 오타니 쇼헤이(6회) 등이 4개의 홈런포를 합작하며 7-4로 전세를 뒤집었다.

샌프란시스코는 7회초 1점을 추격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결국 5대7로 역전패하며 최근 3연패에 빠졌다. 메츠와의 승차는 이로써 4경기로 벌어졌다. 만회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정후 역시 초반 2안타를 쳤지만, 정작 필요한 경기 중반 이후에는 활약하지 못했다. 5회초 2사후에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특히 4-7에서 5-7로 따라붙은 7회초 1사 1, 2루 찬스에서 2루수 내야땅볼을 치고 말았다. 타구가 2루수 에드먼에게 잡히며 병살타가 나올 뻔했다. 2루에서 선행주자 브라이스 엘드리지가 아웃됐고, 이정후는 1루에서 겨우 세이프됐다. 2사 1, 3루 상황이 이어졌지만 후속타자 케이시 슈미츠가 우익수 뜬공에 그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는 이정후의 내야 땅볼이 공격의 맥을 끊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이날 이정후의 마지막 타석이었다. 때문에 오랜 무안타 침묵을 깨고 멀티히트를 했다고 기뻐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