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두산 베어스가 곧 새 감독을 뽑는다. 조성환 감독대행이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6월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두산은 조성환 체제로 35승 3무 43패를 기록했다. 5경기가 남아 5할 승률은 아쉽게 실패다. 다만 그는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선수를 기용했다. 합리적인 무한 경쟁 분위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선수층이 워낙 얇아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조성환 대행의 지도력은 둘째 치고 지금 두산에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단 두산은 '윈나우'가 아니다. 야수진에 국가대표급 타자가 양의지 1명 뿐이다. 양의지도 내년에 39세다. 향후 2~3년은 양의지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젊은 선수 육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거물급 사령탑은 어색하다. 두산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프런트와 소통이 원활한 '관리자' 유형이 적합하다. 승부사나 지략가 보다는 카리스마형 감독이 필요하다. 리빌딩 시즌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정한 경쟁과 동기부여다. 신묘한 용병술이나 전략 보다 활기차고 끈끈한 팀 분위기가 먼저다. 쉽게 말해서 선수들이 감독을 따르고 좋아하는 '큰 형님 리더십'이 필요하다. 선수단 구성이 걸음마 수준인데 소위 거물급 감독이 오면 다시 선수단 파악에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조성환 대행은 여러가지 요건을 충족한다. 경기력이 안 나오면 양석환 김재환 정수빈도 가차 없이 2군에 보냈다. 현역 시절 이대호 홍성흔 손아섭 등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롯데에서 주장 완장을 찼던 리더십은 야구계에 잘 알려져 있다. 박준순 안재석을 내야에 안착시키며 전공인 야수 운용 능력은 이미 증명했다. 베테랑 투수코치가 보좌할 수 있다면 훌륭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두산이 여전히 '윈나우'를 부르짖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실 두산은 리빌딩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2021년 김재환 4년 115억원, 2022년 양의지 6년 152억원, 2023년 양석환 6년 78억원 등 돈을 시원하게 썼다. 올 겨울에도 박찬호 등 두산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대형 FA가 나온다. 스타 감독을 선임하고 FA까지 영입해 상위권을 노린다면 충분히 납득이 갈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전력 보강 없이 감독만 대형으로 뽑는다고 해도 바뀌는 건 많지 않을 것이다.
두산은 정규시즌이 모두 끝나면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10월 말에 출발하는 마무리캠프를 정식 감독 지휘 하에 치르는 것이 목표. 여러 일정을 고려할때 10월 중순 이전에는 결정날 전망이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