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잘 잡는거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주전 유격수 김하성이 개인 최다인 11경기 연속안타 달성을 아쉽게 놓쳤다. 운이 없었다. 충분히 안타가 될 법한 강한 정타를 세 번이나 만들어냈지만, 이날따라 상대 내야진이 너무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했다.
김하성은 24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공격에서는 부진했지만, 수비에서는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3대2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4회초 2사 1, 3루 때 런다운에 걸린 1루 주자를 태그하려고 몸을 날리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김하성의 이런 투지 덕분에 애틀랜타는 10연승을 완성했다.
팀은 시즌 최다 10연승을 달성했지만, 김하성은 연속 경기 안타 신기록 달성의 기회가 아쉽게 날아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하성은 1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지난 1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부터 시작된 연속 경기 안타가 10경기를 채우며 개인 최다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김하성의 연속경기 안타 최다기록은 9경기였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에 작성했다.
그러나 애틀랜타에서 타이기록을 세운 뒤 23일 워싱턴전에도 안타를 추가하며 개인 최다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로 인해 김하성은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신의 시장가치를 다시 높이 끌어올렸다.
당장 내년 시즌에 보장된 애틀랜타와의 1600만달러 연봉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올 시즌을 마치고 옵트아웃을 선언해 일찍 FA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생겼다. 김하성의 현재의 기량으로 시장에 나오면 연간 평균 1800~2000만달러 계약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틀랜타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김하성에게 FA이전에 다년 계약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김하성에게 '11경기 연속안타'로 신기록을 경신하는 건 큰 의미가 있었다. 김하성은 의욕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날은 4번의 타석에서 단 1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로써 김하성의 시즌 타율은 종전 0.257(152타수 39안타)에서 0.250(156타수 39안타)로 떨어졌다. 애틀랜타 합류 후 20경기 타율도 0.292(72타수 21안타)로 3할 아래로 내려갔다. 3홈런, 12타점, 14득점, OPS 0.785을 기록 중이다.
운이 따르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날 김하성은 네 차례 타석에서 세 번이나 시속 95마일(약 152.9㎞) 이상의 '하드히트(정타)'를 날렸다. 물론 하드히트를 쳤다고 무조건 안타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강하고 빠른 타구이기 때문에 안타 확률이 높아진다.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근 사이 하드히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강한 타구들이 워싱턴 내야진의 그물망 수비에 전부 잡혀버렸다.
김하성은 2회말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나왔다. 상대 선발은 젊은 우완 브래드 로드였다. 김하성은 로드의 초구 싱커(94.1 마일)가 스트라이크존 약간 높은 코스로 들어오자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속도는 97.4마일(약 156.8㎞)까지 나왔다. 그러나 워싱턴 2루수 나심 누네스가 빠른 땅볼 타구를 정확히 잡아 1루로 송구해 김하성을 잡아냈다.
이어 김하성은 0-1로 뒤진 5회말에도 선두타자로 등장했다. 이번엔 로드를 상대로 무려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파울을 무려 6개나 만들면서 로드를 물고 늘어졌다. 볼카운트 2B2S에서 7~9구 연속 3개의 파울을 쳐낸 김하성은 10구째 체인지업(86.9마일)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이번에도 타구 속도는 96.9마일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타구 역시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에는 타구가 큰 바운드를 그리며 워싱턴 유격수 CJ 아브람스의 글러브에 잡혔다. 아브람스가 1루로 송구했고, 김하성이 늦었다.
김하성은 2-1로 역전한 6회말 2사 1루에서 세 번째 타석에 나와 다시 로드와 만났다. 이번에는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몸쪽으로 깊이 들어온 체인지업(85.4마일)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평범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타구속도는 84.4마일로 이날 유일하게 나온 비(非) 하드히트 타구였다.
김하성의 마지막 타석은 8회말 2사 후였다. 상대는 100마일 강속구를 던지는 워싱턴 불펜 훌리안 페르난데스. 김하성은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한복판으로 들어온 체인지업(87.2마일)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이날 가장 강한 타구가 나왔다. 타구 속도는 무려 103.9마일(약 167㎞)까지 찍혔다.
하지만 이 타구도 워싱턴 내야의 그물망 수비에 걸렸다. 워싱턴 3루수 브래디 하우스의 위치가 절묘했다. 원바운드된 빠른 타구를 곧바로 잡은 뒤 1루로 던져 김하성을 잡았다. 결국 김하성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은 날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