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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만 따라해" 美 기대 박살, DFA라니…'910억 대박 예고' 김하성처럼 대역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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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류현진만 따라 하면 된다."

류현진(한화 이글스)처럼 부활하길 간절히 바랐던 토론토 블루제이스 특급 유망주 출신 투수 알렉 마노아가 메이저리그 커리어 최대 위기에 놓였다. 2022년 사이영상 최종 투표 3위에 올랐던 특급 에이스였는데, 부상 재활 여파로 DFA(지명양도) 조치됐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24일(이하 한국시각) '2025년 정규시즌 마지막 일주일을 남겨둔 시점에 토론토는 예상치 못한 로스터 변화를 줬다. 토론토는 앤서니 샌탠더를 부상자명단에서 제외하고, 내야수 타이 프랑스를 새로 부상자명단에 올렸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결정은 마노아를 DFA 조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나머지 29개 구단은 이제 마노아를 웨이버 클레임으로 영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웨이버 클레임을 요청한 구단은 마노아가 연봉 중재 자격을 유지할 것이기에 2027년까지 계약을 할 수 있다. 웨이버 클레임 구단이 없으면 토론토와 내년에 마이너리그 계약을 진행할 수 있고, 마노아가 방출되면 빅리그 서비스 타임이 3년 이상 남아 있기 때문에 마이너리그 계약을 거부하고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을 수도 있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언제나 힘든 결정을 할 일이 생긴다"며 로스터 정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인 점을 강조했다.

마노아는 2019년 토론토에 1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지명돼 2021년 빅리그에 데뷔한 최고 유망주였다. 류현진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119억원)에 계약하며 에이스 대접을 받았다. 마노아는 베테랑 에이스 류현진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며 모든 노하우를 흡수하고자 했고, 류현진의 집에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류현진은 2023년 토론토와 계약이 종료되고 한국 복귀를 결심,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감했다.

류현진이 떠나고 마노아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23년부터 구속 저하와 극심한 제구 난조로 애를 먹다 지난해 6월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올해 후반기 빅리그 복귀를 목표로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경기에 나섰는데 결국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MLB.com의 토론토 담당 키건 매티슨 기자는 "마노아는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가 없다. 토론토에서 마노아와 한때 가장 친한 친구였던 류현진이 이미 그를 위해서 선례를 잘 남겨놨다. 류현진은 토론토와 계약 3년차였던 2022년 6월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수술을 받은 마노아의 타임라인과 비슷하다. 류현진은 성공적으로 재활을 마치고 다음 시즌(2023년) 마지막 2개월을 남기고 돌아왔고, 토론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게 바로 마노아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구단은 8월을 복귀 시점으로 잡으면서 '느슨한 일정'을 강조하고 있다"고 기대했으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노아는 트리플A 7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1패, 33⅓이닝,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으나 토론토의 눈은 더 높았다. 구위 저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디애슬레틱은 '마노아는 직구 평균 구속이 91마일(약 146.4㎞)에 그쳤다. 커리어 평균 구속보다 2.6마일(4㎞)이 떨어진 수치다. 슬라이더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고, 볼넷 남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38⅔이닝 동안 23타자가 공짜로 출루했다. 토론토는 셰인 비버를 트레이드로 데려오고, 루키 트레이 예세비지를 빅리그로 콜업해 시험하고 있다. 빅리그 투수진에 마노아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마노아를 한번 더 긁어보려는 팀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마노아는 빅리그 통산 75경기, 29승20패, 420이닝, 412탈삼진, 평균자책점 3.34를 기록했다. 2년차였던 2022년 31경기, 16승7패, 196⅔이닝, 180탈삼진,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며 당시 토미존 수술로 이탈한 에이스 류현진을 대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최종 3위에 오른 최고의 한 해였다.

김하성이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김하성은 이달 초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DFA 조치됐다가 웨이버 클레임으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애틀랜타와 궁합은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김하성은 애틀랜타 이적 후 20경기에서 타율 0.292(72타수 21안타), 3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올겨울 유격수 FA 대어로 급부상했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의 시작가가 3년 총액 6500만 달러(약 91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언론은 애틀랜타가 김하성을 붙잡고 싶으면 빨리 연장 계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김하성 역시 부상 탓에 시장 평가가 떨어진 케이스다. 2023년 아시아 내야수 역대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면서 1억 달러(1400억원) 이상 대형 FA 계약이 가능할 것 같았지만, 지난 시즌 막바지 어깨를 크게 다쳐 수술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탬파베이와 1+1년 총액 2900만 달러(약 406억원) 계약에 일단 합의하고 FA 재수를 노렸던 배경이다.

마노아도 김하성처럼 새로운 기회를 제시할 구단이 나타날까.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