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콜트 파머(Cold Palmer) 브랜드에서 와인은 팔 수 없음'
첼시의 에이스인 콜 파머가 자신의 시그니처 세리머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상표권을 등록하려다 프랑스 고급 와이너리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미 이 포도원이 211년 전부터 '파머(Palmer)'라는 이름을 단 고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파머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내세운 '콜드 파머' 브랜드 상품목록에서 와인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24일(한국시각) '첼시 에이스 파머가 자신의 세리머니로 상표권을 등록하려다 프랑스 와이너리에게 패배했다'고 보도했다.
맨체스터 시티 유스 출신의 파머는 2023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첼시로 이적한 뒤 곧바로 첼시의 에이스이자 잉글랜드 대표팀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잡은 젊은 축구스타다. 그런 파머는 첼시 이적 첫 시즌에 시그니처 골 세리머니를 만들었다. 골을 넣은 뒤 몸을 움츠린 채 손으로 양쪽 팔을 쓸어내리는 동작이다.
마치 강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팔을 마찰하는 동작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시그니처의 이름도 '콜드 파머(Cold Palmer)'로 불린다. 첼시 팬들이 열광하는 세리머니다.
워낙 이 세리머니가 인기를 끌다보니 파머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추위에 떠는 '콜드 파머' 세리머니를 브랜드화 해서 개인 사업에 활용하려는 계획이었다. 더 선은 지난 8월 '파머가 와인과 증류주, 의류 등 다양한 제품에 콜드 파머 브랜드를 사용하고 싶어한다'며 단독 보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파머의 이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한 고급 와인의 이름이 바로 '샤토 파머'였던 것. 병당 750파운드(약 142만원)짜리 최고급 와인 브랜드다. 심지어 샤토 파머가 탄생한 건 무려 211년 전이다. 1814년 육군 장교인 찰스 파머가 와이너리 부지를 인수한 뒤 새롭게 샤토 파머를 출시했다.
왕실 와인 구매업자인 베리 브라더스&러드는 "최고급에 속하는 샤토 팔머 와인은 보르도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이며, 1970년산 크뤼 클라세 마고 와인 한병의 가격은 750파운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는 파머가 계획한 '콜드파머' 브랜드에 와인이 들어가는 건 상표권 위반이라고 항의했다.
파머의 법률 자문팀은 이런 항의를 받은 뒤 분쟁을 막기 위해 지식재산권청(IPO)에 제출한 브랜드 판매 계획 문서를 수정했다. 결과적으로는 파머가 항복한 셈이다. 신생 브랜드가 200년이 넘는 와인 브랜드를 이길 순 없었다. 이에 따라 향후 '콜드파머' 브랜드의 상품 목록에서 와인은 빠지게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