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17일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상위권 '야수 강세' 속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투수를 집중적으로 뽑았다. 상위 6라운드까지 투수였다. 11명의 지명선수 중 9명이 투수. 야수는 7,8라운드 하위 픽 2명에 불과했다.
삼성 이종열 단장은 신인드래프트를 마친 뒤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선 강한 공을 던지는 신체조건이 좋은 투수를 뽑는 게 기본 목표였다"며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좋은 야수 3명을 선택했는데, 올해는 좋은 투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올인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단장이 밝힌 '투수 올인'. 이유 있는 선택이었다.
우선, 1라운더급 야수보다 1라운더급 투수가 더 급했다.
내야수 신재인(NC) 박한결 김지석(이상 키움), 외야수 오재원(한화) 김주오(두산) 같은 선수들은 2,3라운드에서 다시 뽑기 힘든 A급 야수들. 상위 지명권을 보유한 팀들의 얼리 픽이 이뤄진 이유다.
하지만 삼성은 큰 관심이 없었다. 야수 세대교체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유격수 이재현, 3루수 김영웅 '투톱'이 든든하게 내야의 중심을 잡고 있다. 두 선수는 막판 5강 싸움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던 24일 대구 롯데전 9대4 승리를 공수에서 이끌었다.
톱타자 이재현은 1회 선제 결승 솔로포 포함, 4타수2안타 1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 했다. 수비에서도 1,3회 몸을 날리는 멋진 호수비로 선발 후라도의 시즌 14승 달성을 도왔다.
5번 김영웅은 1-0으로 앞선 3회 2사 만루에서 싹쓸이 3루타에 이어 4회 쐐기 투런포 등 5타수2안타 5타점으로 타선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즌 20호 홈런으로 지난해(28홈런)에 이어 2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하며 내야 거포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었다. 3루 수비에서도 잇단 어려운 타구들을 부드러운 몸놀림으로 척척 처리하며 투수들을 편안하게 했다.
이제 이 두 선수는 삼성 내야의 중심이자 없어서는 안될 기둥 듀오가 됐다. 이재현이 주전 3년 차, 김영웅이 주전 2년 차 만에 이룬 성과다.
삼성에 온 것이 행운이었다. '국민 유격수' 출신 박진만 감독은 일찌감치 이 둘의 폭발적 성장 자질을 알아보고 꾸준한 기회로 경험 수치를 높이며 빠른 내야세대 교체를 완성했다. 구단 프런트도 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두 선수의 성장을 위해 미국 유학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재현 김영웅을 뽑은 삼성의 2022 신인드래프트. '투수 몰빵' 이번 드래프트와는 정반대였다. '야수 몰빵'이었다. 작심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야수들을 상위라운드에 집중적으로 뽑았던 해였다.
이재현, 김영웅에 이어 2라운드 외야수 김재혁, 3라운드 포수 차동영이 선택을 받았다. 이 밖에도 6라운드 내야수 조민성, 8라운드 외야수 김상민 등 유망주 야수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1군 도전에 나선다.
이재현 김영웅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 이어 2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게 된다. 내년에는 얼마나 더 완벽한 모습으로 변신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커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