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호스크가 시즌 139번째 경기에서 퍼시픽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27일 세이부 라이온즈와 원정경기에서 4대1로 이겨 클라이맥스시리즈(CS) 파이널스테이지에 직행했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취임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전신 난카이, 다이에 시절을 포함해 총 23번째 우승이고, 1950년 양 리그 출범 이후 21번째 우승이다. 센트럴과 퍼시픽 양 리그 체제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39번), 세이부 라이온즈(23번)에 이어 세 번째로 리그 우승이 많다.
소프트뱅크는 재일교포 사업가 손정의 회장이 2005년 다이에를 인수해 새 출발했다. 소프트뱅크 이름으로 매년 우승에 도전하는 퍼시픽리그 최강 팀으로 떠올랐다. 지난 20년간 총 8차례 리그 우승을 하고, 7차례 재팬시리즈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2017~2020년, 4년 연속 재팬시리즈 정상에 섰다.
리그 2연패에 성공했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지난 시즌엔 91승3무49패, 승률 0.650를 기록했다. 양 리그 12개팀 중 유일하게 승률 6할대로 마쳤다. 퍼시픽리그 2위 니혼햄 파이터스를 13.5경기차로 압도했다.
올해는 초반에 고전했다. 주축 선수 부상이 이어지고, 투타 밸런스가 안 맞았다. 5월 1일까지 9승2무16패를 기록했다. 승보다 패가 7개 많았다. 단독 꼴찌로 떨어졌다. 4~5월 20일간 바닥을 맴돌았다. 1위와 승차가 6경기까지 벌어졌다.
시즌을 치를수록 저력이 나왔다. 백업 선수들이 부상 선수 공백을 채우면서 힘이 붙었다.
소프트뱅크는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진행된 센트럴리그와 인터리그(교류전)에서 우승했다. 12승1무5패, 승률 0.706. 2011, 2015, 2017년에 이어 네 번째 인터리그 1위를 했다. 세 차례 모두 인터리그에 이어 재팬시리즈도 우승했다.
소프트뱅크는 매년 전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거의 매년 외부에서 전력을 끌어와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이와 함께 선수 육성에도 총력을 기울여 선수 자원이 풍부하다. 양 리그 12개팀 중 유일하게 4군까지 운영한다. 120명이 넘는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정식으로 6명, 육성선수로 13명을 뽑았다.
강력한 선발진이 상승세의 바탕이 됐다. 아리하라 고헤이, 오제키 도모히사(이상 13승), 우와사와 나오유키, 리반 모이넬로(이상 12승)가 두 자릿수 승을 올렸다. 2005년 이후 20년 만에 10승 투수 4명이 나왔다. 아리하라와 오제키는 다승 공동 2위고, 모이넬로는 평균자책점 1위(1.46)다.
소프트뱅크는 시즌 중반 이후 투타가 가장 안정된 팀으로 거듭났다. 팀 타율(0.256), 평균자책점(2.41) 모두 리그 1위다.
27일 열린 축승회에서 손정의 구단주는 이례적으로 상대팀 사령탑을 언급했다.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벌인 니혼햄 파이터스의 신조 스요시 감독을 칭찬했다. 손정의 구단주는 "그가 몇 년 전 니혼햄 감독이 됐을 때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또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라고 초기 인상을 얘기했다.
신조 감독은 코치 경력 없이 곧바로 니혼햄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 시절부터 독특한 언행으로 화제가 됐는데, 사령탑에 올라서도 관행을 깨는 파격을 선보였다. 제비뽑기로 타순을 정하기도 하고, 개인 SNS를 통해 특정 선수 출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신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성적으로 지도력을 입증했다. 손정의 구단주는 신조 감독이 지휘하는 니혼햄이 정말 강했다고 했다. 신조 감독의 능력을 인정했다.
니혼햄은 한동안 선두를 달렸다. 소프트뱅크와 치열하게 순위 경쟁을 했다. 니혼햄은 신조 감독 체제로 2년 연속 바닥을 치고 지난해 2위로 도약했다. 올해는 소프트뱅크를 위협하는 강팀이 됐다.
지난해 최강 전력을 자랑했던 소프트뱅크는 재팬시리즈에서 고개를 숙였다. 센트럴리그 3위에서 올라온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에 2연승 뒤 4연패를 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리그 우승 뒤에 더 큰 승부가 기다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