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전날 저지른 어이없는 실책이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는 것일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붙박이 중견수 이정후의 방망이가 불과 하루만에 차갑게 얼어버렸다. 전날 경기에서 이정후는 무려 3개의 안타를 날렸다. 역대 아시아선수 한 시즌 최다 3루타 타이기록(12호)도 수립했다. 그런데 다음 날 경기에서는 삼진을 2개나 당하며 안타를 1개도 치지 못했다.
상대하는 투수들이 잘 던진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이정후도 어쩐지 타석에서 전날과 같은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날 8회말 수비 때 저지른 황당무계한 '관중석 송구실책'에 대한 자책감으로 몸이 굳은 듯 하다.
이정후는 28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치른 홈경기에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타석에서 전혀 팀에 기여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이날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다.
이정후는 3-2로 앞선 2회말 첫 타석에 들어섰다. 앞서 케이시 슈미트가 무사 1, 2루에서 3점홈런을 날려 주자를 싹쓸이 한 뒤였다. 이정후는 콜로라도 선발 카일 프리랜드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너클커브에 속았다. 이어 5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역시 프리랜드를 상대했지만, 이번에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7회말 2사 후 세 번째 타석에서는 바뀐 투수 지미 허겟에게 선 채로 삼진을 당했다.
그런데 하필 두 번의 삼진 모두 타자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나왔다. 2회에는 초구와 2구가 볼이었고, 7회에는 3연속 볼이 들어왔다. 이정후가 조금만 침착하게 집중력을 유지했다면 출루할 확률이 높았던 승부였다. 이정후의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는 게 드러나는 장면들이다.
이로써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종전 0.264에서 0.263(556타수 146안타)으로 약간 떨어졌다. 이정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는 4대3으로 승리하며 시즌 막판 3연승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전날인 27일 콜로라도전까지는 타격감이 꽤 좋은 편이었다.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 중이었고, 한 경기에 무려 3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그 중에는 3루타도 포함돼 있었다. 4경기 연속 안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28일 경기에서 안타를 추가할 경우, 'KBO 출신 메이저리그 타자 최초 한 시즌 150안타' 달성 가능성을 키울 수 있었다. 이정후는 27일 3안타를 치며 시즌 안타수를 146개까지 늘렸다. 그런 상태에서 2경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때문에 만약 이정후가 28일에서 멀티히트를 날렸다면, 시즌 최종전에서 기록 달성을 기대해볼 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정후가 28일 콜로라도전에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탓이다. 결국 이정후는 29일 시즌 최종전에서 안타 4개를 몰아쳐야만 역대 최초기록을 수립할 수 있다.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4안타 게임은 거의 멀티홈런 게임만큼 하기 어렵다. 이정후는 28일까지 올 시즌 149경기를 치렀는데, 이 중에서 '4안타 게임'은 단 두 번 뿐이었다. 8월 4일 뉴욕 메츠(4타수 4안타 2타점)전과 9월 6일 세인트루이스전(5타수 4안타 1타점) 뿐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경기에서 모두 3루타가 나왔다.
과연 이정후가 시즌 최종전에서 희박한 확률을 뒤집고, 150안타 고지를 밟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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