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럴거면 그냥 4-3-3으로 전환하면 되지 않아?"
'전 잉글랜드 국대 수비수' 마이카 리차즈의 한탄이었다. 맨유는 대체 어디까지 추락하는 걸까. 후벵 아모림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27일(한국시각) 영국 브렌트포드의 지테크커뮤니티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렌트포드와의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대3 완패하며 시즌 3패째를 기록했다.
전반 20분만에 이고르 티아고에게 연속골을 헌납한 맨유는 28분 베냐민 세슈코의 만회골로 추격의 발판을 놨지만, 끝내 추가골을 넣지 못하더니 후반 추가시간 5분 마티아스 옌센에게 쐐기골을 내주며 2골차 패배를 당했다. 6경기에서 2승1무3패 승점 7에 그친 맨유는 리그 순위 14위까지 추락했다. 맨유의 역대 최악의 시즌이었던 2024~2025시즌 순위인 15위에 다시 근접했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이날 패배로 '굴욕사'도 새로 썼다. 맨유는 1936~1937년 이후 무려 88년만에 브렌트포드에 리그 2연패를 당했다. 당시 0대4와 1대3 스코어로 연패한 맨유는 지난 5월 3대4로 패한 바 있다. EPL 최다 우승팀이 브렌트포드 레벨의 팀에 4골, 3골씩 실점하는 팀으로 변했다.
아모림 감독에 대한 비판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맨유는 지난해 11월 선임한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리그 33경기를 치러 승점 34에 그쳤다. 경기당 평균 승점 1점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해당 경기 승률은 27.27%로, 'CBS스포츠'는 '강등되는 팀의 기록'이라고 꼬집었다. 아모림 감독은 무엇보다 맨유 지휘봉을 잡고나서 단 한 번의 리그 연승도 거두지 못했다. 15일 맨시티와의 맨체스터더비에서 0대3으로 참패한 맨유는 21일 첼시전 2대1 승리로 반등의 발판을 놨지만,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브렌트포드 원정에서 다시 무너졌다. 최근 4경기에서 승, 패, 승, 패 '퐁당퐁당' 흐름을 반복할 정도로 팀이 안정적이지 않다.
'교황이 와도 내 포메이션을 안 바꾼다'라고 밝혔던 아모림 감독의 3-4-2-1 포메이션은 이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전반 8분, 선제실점 장면에서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의 오프사이드 전략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20분, 추가실점 장면에선 측면 크로스에 속수무책으로 이고르에게 골을 헌납했다. 아모림 감독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정작 감독 본인은 "내 자리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여기 있는 동안 매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리차즈는 BBC에 출연해, 아모림의 전술에 대해 실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후반 21분 마이누와 레니 요로를 투입하며 마타이스 더 리흐트가 중앙 수비수로 이동했다. 36분에는 루크 쇼를 빼고 메이슨 마운트가 들어가면서 요로가 오른쪽 센터백에서 왼쪽 센터백으로 이동했고, 오른쪽 윙백으로 뛰던 디오구 달로가 오른쪽 센터백으로 자리를 옮겼다. 브라이언 음뵈모는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마운트가 들어갔다. 그러더니 4분 뒤 파트리크 도르구를 빼고 조슈아 지르크지를 넣으면서 마운트가 왼쪽 윙백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다. 공격 재능이 모두 윙백에서 뛰는 기이한 형태가 된 것이다.
리차즈는 "선수들도 여러 역할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렇게 한 포메이션을 계속 고집하면서 선수만 바뀌면, 어떻게 적응할 수 있나"라며 "이렇게 교체할거면 그냥 4-3-3으로 전환하는게 낫다. 마지막 실점도 음뵈모가 원하지 않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구단주들이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결국 아모림의 방법은 현재 먹히지 않고 있다. 끔찍한 경기력"이라며 "이런 혼란과 실수들은 100% 이 시스템이 초래한 것이다. 지금 선수들에게 맞지 않는 전술이 확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