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을 앞둔 감독이 사퇴를 결정했다. 구단이 2년 재계약을 제의했는데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의 미우라 다이스케 감독(52)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 보통 성적 부진 때문에 타의로 물러나는데 이유가 다르다. 당초 목표로 했던 센트럴리그 우승 실패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이 먼저 보도하고 난바 도모코 구단주가 이를 확인해 줬다.
올 시즌 요코하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2위 싸움을 했다. 시즌 중반에 주춤하다가 막판에 뒷심을 발휘했다. 9월에 열린 22경기에서 16승(1무5패)을 올리며 요미우리를 끌어내렸다.
요코하마는 28일 히로시마 카프전에서 이겨 순위를 확정했다. 난바 구단주는 29일 SNS를 통해 '리그 우승을 이루지 못했으나 CS(클라이맥스시리즈)를 요코하마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미우라 감독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 이를 수락했다'라고 썼다. 요코하마는 한신 타이거즈에 이어 2위로 CS를 시작한다.
2022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이런 성적을 내고도 5년 만에 물러난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다카쓰 신고 감독과 지바 롯데 마린즈의 요시이 마사토 감독도 시즌 종료 후 퇴진이 확정됐다. 그런데 야쿠르트와 지바 롯데는 센트럴과 퍼시픽리그 꼴찌팀이다. 재신임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우라 감독은 등번호 '18번'이 영구결번된 우완 레전드다. 43세까지 25시즌을 요코하마에서만 뛰면서 통산 535경기에 등판했다. 2005~2006년 2년 연속 200이닝을 넘었고, 1995년부터 15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을 던졌다. 23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통산 172승(184패)을 올렸다. 개막전 투수로 '7전패'를 기록한 게 눈에 띈다.
2016년 은퇴한 후 엘리트 지도자 코스를 밟았다. 방송, 신문 해설위원을 하면서 요코하마 구단 어드바이저를 했다. 은퇴 3년 만에 1군 투수코치로 현장에 복귀했다. 2군 사령탑을 거쳐 2020년 11월 요코하마 지휘봉을 잡았다.
지도자로 크게 성공했다. 첫해 꼴찌를 하고 4년 연속 A클래스(6개팀 중 1~3위)로 이끌었다. 2022년 2위까지 올라갔다. 2023~2024년 3위로 가을야구를 했다. 딱 하나 아쉬운 게 리그 우승이다.
하지만 지난해 요코하마는 기적 같은 하극상 시리즈로 연출했다. 3위로 포스트시즌을 시작해 2위 한신, 1위 요미우리를 누르고 재팬시리즈에 진출했다. 퍼시픽리그 우승팀이자 양 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한 소프트뱅크 호크스까지 무너트렸다. 1~2차전을 내주고 4연승을 거둬 재팬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규시즌 2경기를 치르면 가을야구다. 요코하마는 11일 요미우리와 CS 퍼스트스테이지(3전 2선승제)를 시작한다. 전 경기가 요코하마의 안방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