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지난 6월 마운드에 복귀해 9월 들어 에이스급 구위를 되찾은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예상과 달리 3선발로 가을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30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현지 매체들을 상대로 "블레이크가 내일 선발로 등판한다. 2차전 선발은 야마모토이고, 3차전까지 가면 아마 쇼헤이가 나설 것"이라며 신시내티 레즈와의 와일드카드시리즈(WCS) 로테이션을 발표했다.
양 팀간 WCS는 1~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1차전 선발 블레이크 스넬, 2차전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공식 확정된 것이고, 3차전 선발 오타니는 게임이 열릴 경우 유효하다.
다시 말해 다저스가 2승으로 WCS를 통과하면 디비전시리즈 1차전 선발로 오타니가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디비전시리즈에는 동부지구 1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기다리고 있다.
당초 다저스의 이번 가을야구 첫 경기 선발로 오타니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는 시즌 마지막 등판인 지난 24일 애리조나를 상대로 올해 처음으로 6이닝을 던져 5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를 포함한 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14⅔이닝 8안타 2볼넷 1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이어갔다. 마지막 등판서 직구 구속은 최고 101.2마일까지 나왔고, 평균 98.2마일을 찍었다.
1일 WCS 1차전은 오타니에겐 6일 휴식 후 등판이라 문제도 없다. 그런데 로버츠 감독은 왜 오타니를 3차전 선발로 미뤘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오타니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버츠 감독은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오타니는 많이 쉴수록 잘 던진다"고 했다.
지난 6월 마운드 복귀 후 서서히 피칭 감각을 끌어올린 오타니는 충분히 쉬고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는 소리다. 오타니는 올시즌 6일 이상 휴식 후 등판한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0을 마크했다.
게다가 오타니가 아직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른 적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 한 번도 가을야구에 진출한 적이 없고, 지난해 다저스 이적 후에는 팔꿈치 수술 후 투수로는 재활을 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서도 타자로만 활약했다.
또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타자' 오타니에 대한 배려. 한 경기에서 투타 겸업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예를 들어 1회초를 던지고 1회말 첫 타석에 들어서거나, 공격 이닝에 베이스러닝을 한 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다음 이닝 마운드에 오른다는 게 그리 수월한 건 아니다.
올시즌 오타니는 투수로 선발출전한 14경기에서 타율 0.222(54타수 12안타), 4홈런, 12타점, 11득점, 6볼넷을 기록했다. 5경기에서는 무안타로 침묵했다. 반면 지명타자로 선발로 출전한 144경기에서는 타율 0.287(557타수 160안타), 51홈런, 90타점, 135득점, 103볼넷을 마크했다.
일단 WCS 첫 두 경기에서 타격에 집중해달라는 로버츠 감독의 뜻이 담긴 로테이션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WCS가 3차전까지 간다면, 그리고 이후 포스트시즌은 '투타 겸업' 오타니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스넬과 야마모토의 시즌 막판 피칭 컨디션은 올시즌 최고였다. 스넬은 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19이닝 동안 7안타와 5볼넷을 내주고 1실점했다. 평균자책점 0.47에 삼진은 무려 28개를 잡아냈다. 야마모토도 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49를 마크했고, 18⅓이닝 동안 6안타와 9볼넷을 허용하고 삼진 24개를 솎아냈다.
사실 스넬, 야마모토, 오타니 누가 나가도 선발 마운드 걱정은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