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다혈질 에이스' 대신 감독이 나서서 사과했다. 감독은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SSG 랜더스 외국인 투수 드류 앤더슨은 지난 29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회초 롯데의 이닝 마지막 타자 전준우를 삼진으로 처리한 후 타석을 바라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뭔가를 외쳤다.
삼진을 당한 상대 타자를 자극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 당시 앤더슨은 그대로 더그아웃에 들어갔지만, 이숭용 감독이 빠르게 나와 전준우와 김태형 감독을 향해 모자를 벗고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앤더슨은 지난해부터 타팀 선수들과 여러차례 비슷한 충돌이 있었다. 올해도 지난 6월 수원 KT전에서 장성우와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숭용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이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본인도 모르게 흥분을 하면 컨트롤을 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게 그의 해명이다.
이튿날인 30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숭용 감독은 "어제는 앤더슨에게 특별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 부분에 대해서 주의를 줬던 상태다. 앤더슨도 성향이 안좋거나 그런게 아니고, 어제 경기에서는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다 쏟아부은 상태에서 그런 부분이 나오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저는 2년 동안 그 친구를 봤기 때문에 이해를 하지만, 제가 커버는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빨리 나가서 모자까지 벗고 죄송하다고 롯데 벤치를 향해 이야기 한거다. 전준우에게도 마찬가지다. 김태형 감독님도 '캄 다운 좀 시키라'고 하시더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본인도 모르게' 자꾸 상대팀 선수들에게 오해를 살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그가 KBO리그가 아닌 어떤 나라, 어떤 리그에서 뛰더라도 마찬가지다. 예의와 존중을 중요시 여기는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숭용 감독은 "저도 상대팀이라고 생각하면 보기 좋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부분을 본인도 인지는 하고 있는데, 잘 안되는 게 있는 것 같다. 물론 경기에 집중하고 그런 행동을 안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래도 제가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해서 최대한 오해가 없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며 선수 대신 본인이 앞으로도 불필요한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현재 체력적으로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 그는 미국에서 불펜 전문 요원이었다. 선발 경험이 없진 않았지만, 이렇게 한 시즌을 풀 타임으로 뛰어본 적은 없다. 지난해에는 대체 선수로 들어와 115⅔이닝을 던졌지만, 올해는 이미 171⅔이닝으로 최다 이닝을 돌파했다. 스스로도 "야구하면서 한 시즌에 이렇게 많이 던져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 하며 체력 난조를 호소할 정도다.
이숭용 감독은 "어제도 경헌호 코치가 올라가서 물어보니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더라. 지금 앤더슨의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고민이다. 지금부터 엔트리를 빼서 좀 쉬게해줄 생각이다. 앤더슨에게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 팀 사정상 앤더슨만한 투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올 수밖에 없었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