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당연히 하면 안되는건데, 제가 잘못했고 반성 많이 하고 있습니다."
늘 쾌활하게 웃던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며칠전 홧김에 했던 행동 때문이다.
송성문은 지난 9월 28일 고척 삼성전에서 팀이 1-2로 지고있던 5회말 2사 1,2루 찬스에서 바뀐 투수 배찬승을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당한 후 분노의 배트 내려치기를 했다. 그 자리에 서서 방망이를 바닥에 내리치니 두동강이 났고, 부러진 배트를 더그아웃 방향으로 패대기쳤다. 하마터면 대기 타석에 있던 임지열이 맞을 뻔 했던 상황. 송성문은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벤치에 돌아가 헬멧을 던지기도 했다.
송성문의 태도를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팀의 주장이 경기 도중 개인 타석 결과로 인해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동료가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송성문은 키움의 올 시즌 최종전인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경기전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다. 송성문은 "제가 잘못했다. 당연히 하면 안되는 행동이었고, 그런 아쉬움은 누구나 다 있는건데 팬분들과 어린 친구들이 보는 상황에서 주장으로서 하면 안되는 행동이었다. 후회하고, 반성도 많이 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가 화가났던 이유는 자신을 겨냥해 상대 벤치가 계속해서 좌투수를 내는데,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서 누적된 분노였다. 송성문은 "그 전 경기에서도 좌투수로 바뀌었는데, 그걸 제가 좀 부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계속 당하는 제 자신에게 실망을 했었다"면서 "죄송합니다. 제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었고, 우리팀 팬분들이 실망하신 것도 제가 한 행동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또 그런 행동을 안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강제 조연(?)이 된 임지열은 질타를 받는 송성문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기 위해 "그냥 내가 맞았어야 하는데", "고맙다. 네 덕분에 내 이미지가 좋아졌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송성문은 "사실 다른 선수 앞으로 (방망이가)간 것은 몰랐는데, 알고 나서 미안했고 다른 팀원들 보기가 부끄러웠다. 지열이형은 저랑 워낙 친하고, 저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형인데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미안해했다.
올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도전할 예정인 송성문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전광판을 통해 깜짝 송별 영상을 보기도 했다. 아직 불확실한 미래지만, 일단 도전은 해볼 생각이다.
송성문은 "팬분들에게도 너무 죄송하다. 사실 8~9년 동안 팀에 도움이 못되는 선수였다가 2년 정도 좋은 시즌을 보냈는데, 또 떠날 수도 있다는 선택지가 생겨버린거니까 죄송한 마음이 크다. 많은 응원을 해주시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면서, 거기에 제가 보답을 하는 선수였나라는 질문을 했을때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감사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잠시 이별을 하게 될 키움팬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