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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팀 감독이 갑자기 스크린에 등장, 사퇴 발표 레전드를 위한 '서프라이즈', 사령탑을 품위있게 떠나보내는 법[민창기의 일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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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스왈로즈의 다카쓰 신고 감독(57)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 팀이 시즌 내내 극도로 부진하면서 일찌감치 사퇴 얘기가 나왔다. 이미 이케야마 다카히로 2군 감독(61)이 유력한 차기 사령탑 후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야쿠르트는 3경기가 남은 1일까지 55승7무78패, 승률 0.414를 기록했다. 5위 히로시마 카프에 2.5경기 뒤진 꼴찌다. 1위 한신 타이거즈와 26.5경기차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4번 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25) 등 주력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아쉬웠다.

1일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와 원정경기. 센트럴리그 2위를 확정한 요코하마 타선에 야쿠르트 마운드가 버티지 못했다. 홈런 2개를 포함해 18안타를 맞고 9대6로 졌다. 야쿠르트는 요코하마 마지막 원정경기에서 역전패했다.

경기가 끝나고 야쿠르트 선수단은 외야 좌측 관중석에 자리한 원정팀 응원석을 찾아가 인사를 했다. 잠시 후 예상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요코하마스타디움 대형 스크린에 다카쓰 감독이 나타났다. 야쿠르트 선수들이 다카쓰 감독을 헹가래 치는 장면이 나왔다. 요코하마 구단은 다카쓰 감독이 지난 6년간 야쿠르트에서 빛났던 순간, 성과를 돌아보고 경의를 표했다. 다카쓰 감독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떠나는 이를 위해 준비한 '서프라이즈 파티'였다.

이어 미우라 다이스케 요코하마 감독(52)이 선배 다카쓰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관중석에선 "다카쓰"를 연호하는 함성이 쏟아졌다. 홈, 원정 팬 할 것 없이.

요코하마 구단과 팬들은 원정팀의 레전드 출신 지도자를 제대로 예우해 보냈다. 다카쓰 감독은 "많은 팬들 앞에서 이런 서프라이즈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상대팀 미우라 감독도 2위를 확정한 지난달 28일 시즌 종료 후 사퇴를 발표했다.

다카쓰 감독은 2020년 야쿠르트 사령탑에 올랐다. 감독 첫해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 2021~2022년 2년 연속으로 센트럴리그 1위를 했다. 2021년엔 오릭스 버팔로즈를 꺾고 재팬시리즈 우승을 했다. 전년도 꼴찌팀이 일본프로야구 정상에 오르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3~2014년 5위로 내려앉았다.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실패.

다카쓰 감독은 통산 '286세이브'를 올린 야쿠르트 레전드다. 1991년 신인 드래프트 3지명으로 야쿠르트에 입단해,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길을 걸었다. 일본에서 최고 마무리 투수로 인정받고 더 큰 무대로 날아갔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뉴욕 메츠를 거쳐 야쿠르트에 복귀했다.

그는 전성기가 지난 뒤에도 끝까지 열정을 불살랐다. 2008년 불혹의 나이에 KBO리그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목동야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2009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리다가 실패하자 대만리그로 건너갔다. 43세에 일본독립리그 BC리그의 니가타 알비렉스에 입단해 마무리로 활약했다. 선수로 뛰다가 감독을 지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