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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엄마, 왜 내 이름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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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내 이름 칸쵸에 없는 이름으로 지었어요?"(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MiaS***')
40살이 넘은 초코과자 '칸쵸'가 갑자기 품절대란이다. 지난달 6일 칸쵸의 '내 이름을 찾아라' 이벤트가 시작되자 벌어진 난리다.
고작 '과자 한알'에 적힌 이름에 사람들은 왜 열광할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일찍이 시인은 노래했다.
그대의 이름은 불렸나.



◇ "칸쵸 재고 동나…공장, 주 이틀 → 6일 가동"
롯데웰푸드는 칸쵸 40주년을 맞아 최근 국내에서 많이 등록된 이름 500개를 뽑아 이를 칸쵸 위에 인쇄했다. 소비자가 칸쵸에서 자신의 이름이나 가족·친구·연인 등의 이름을 찾아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SNS)로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주는 '내 이름을 찾아라!'를 다음달 16일까지 진행한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40주년을 앞두고 어떤 이벤트를 준비할지 고심했다"며 "칸쵸는 사랑으로 가득 찬 행성을 만들고자 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데다 과자 위에 글씨 인쇄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제품인 만큼, 이름을 서로 찾으며 가족·연인 등 가까운 사람 사이 사랑을 전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칸쵸에서 이름 찾기에 뛰어들었다.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는 지난달 20일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 '지은'을 칸쵸에서 찾았지만 결국 못 찾았다.
응원하는 가수나 스포츠선수의 이름을 찾는 것도 유행이다.
엑스 이용자 'lcs***'는 "칸쵸 24개를 불태웠다"며 칸쵸 두 개를 쪼개 K팝 그룹 비투비 멤버 이창섭의 이름을 만든 사진을 게시했다.
또 'jan***'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임단 '젠지' 소속 쵸비(정지훈)의 이름이 적힌 칸쵸와 포토카드를 함께 게시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도 등장했다
당근마켓 이용자 '엘***'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인 '재명'이 인쇄된 칸쵸 한 알을 3만원에 판매한다고 지난달 25일 등록했다. 다만 현재는 내려진 상태다.
폭발적 반응에 롯데웰푸드는 생산량을 늘렸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이미 재고가 없는 상황에다 납품 매출이 3배는 늘었다"이라며 "일주일에 이틀 정도 가동하던 공장을 지금은 주 6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민원 역시 인지하고 있다"며 "자신의 이름이 없더라도 가족 등의 이름을 찾아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으므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찾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영수·영자부터 지훈·유진, 도윤·이현까지
시대별로 유행 이름은 변해왔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1940년대 가장 많이 출생신고된 남녀 이름은 각각 '영수'와 '영자'였다. 1960년대에도 남자 이름은 여전히 '영수'가 가장 선호됐지만 여자 이름은 '미숙'이 가장 많이 선택됐다.
이후 남자 이름은 1970년대 '정훈'·'성호'·'성훈'·'성진'·'상훈' 순으로 인기였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지훈'이 줄곧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5위는 1980년대 '정훈'·'성민'·'성훈'·'준호', 1990년대 '동현'·'현우'·'성민'·'민수'였다.
2000년대부터 2015년까지는 '민준'이 대표적으로 채택됐다. 2~5위는 '서준'·'예준'·'주원'·'도윤'이었다.
여자 이름은 1970년대 '은주'·'은정'·'미경' 순으로 많았고, 1980년대는 '지혜'·'지영'·'혜진'이 1~3위였다.
1990년대와 2000년대는 '유진'이 딸의 이름으로 최고 인기였다.
2~5위는 1990년대 '민지'·'지은'·'지혜'·'지현', 2000년대 '서연'·'수빈'·'민지'·'지원'이었다.
2010~2015년에는 '서연'·'서윤'·'서현'·'지우' 순으로 출생신고가 많이 됐다.



2020년대 들어서는 새로운 양상이 펼쳐진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등록된 약 20만 건의 출생신고에서 남녀를 통틀어 가장 많이 신고된 이름은 '도윤'이다. 그 뒤를 '이현'·'지안'·'서아'·'이안'이 이었다.
남녀를 나눠 살펴보면 남자 출생신고 상위 5개 이름은 '도윤'·'이준'·'하준'·'시우'·'도현' 순이었고, 여자는 '서아'·'서윤'·'이서'·'하린'·'하윤' 순이었다.
한글 이름 또는 순우리말 이름은 1980년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2008년 출생신고에서 한글 이름이 차지한 비율은 3.54%였지만 2015년에는 7.7%로 비중이 높아졌다. 신고 건수 역시 1만6천680건에서 3만4천843건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시대별로 가장 많이 불린 남자 한글 이름은 1980년대 '요한', 1990년대 '한솔', 2000년~2015년 '한결'이었다.
여자 한글 이름으로는 1980년대 '아름', 1990년대 '슬기', 2000년대 '하늘', 2010~2015년 '사랑'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
한편, 1940년부터 2015년까지 가장 많이 쓰인 외자 이름은 남자 '준'·'현'·'훈'·'건'·'철', 여자 '진'·'숙'·'현'·'솔'·'미'로 나타났다.


◇ 별들도 이름 겹쳐…혜진·윤아·재욱·승우 여럿
연예계에는 '한혜진'이 대표적으로 3명 알려져 있다. 모델 한혜진, 배우 한혜진, 트로트 가수 한혜진.
이로 인해 가수 한혜진의 재혼 소식이 배우 한혜진의 재혼으로 잘못 알려지거나, 배우 한혜진의 화보 촬영 모델료가 모델 한혜진에게 입금되는 등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1970년생 배우 이병헌과 1980년생 감독 이병헌 역시 동명이인이다.
이병헌 감독은 지난 5월 TV조선에서 방영된 '조선의 사랑꾼'에 개그맨 심현섭의 결혼식 사회자로 출연, 배우 이병헌과 동명이인으로 살아가는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1983년생 배우 정유미와 1984년생 배우 정유미는 이름이 같은 데다 나이 차도 한 살이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부산광역시 출신이다.
이외에도 가수 김태우와 배우 김태우, 남자 가수 김정민과 여자 방송인 김정민, 1958년생 배우 주진모와 1974년생 배우 주진모(본명 박진태) 등이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같은 이름을 쓰고 있다.



성은 달라도 이름은 같은 연예인은 부지기수다.
신혜선·김혜선·구혜선은 모두 배우인 데다 이름이 '혜선'으로 겹친다. 배우 김혜선은 코미디언 김혜선과 동명이인이기도 하다.
'지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도 많다.
배우 김지훈, 배우 주지훈,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 가수 겸 배우 이지훈이다.
'석진', '윤아' 시리즈도 있다.
배우 하석진·방송인 지석진·BTS 진(김석진), 배우 송윤아·배우 오윤아·소녀시대 임윤아·엔믹스 설윤(설윤아).
이외에도 소녀시대 유리(권유리)·핑클 성유리·가수 겸 배우 조유리·성우 겸 방송인 서유리, 배우 안재욱·배우 김재욱·배우 이재욱, 배우 조승우·배우 김승우, 배우 한고은·배우 김고은 등이 이름이 겹친다.
연예계 선배의 이름을 피해 개명한 경우도 있다.
배우 김수로의 본명은 김상중이다. 그는 과거 방송에서 본명을 소개하면서 동명이인 배우 선배 김상중이 있어 김수로로 이름을 바꿨다고 소개했다.
배우 강하늘 역시 방송에서 "본명이 김하늘인데 선배님이 이미 너무 유명하게 활동하고 계셔서 제가 이름을 바꾸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강하늘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띠동갑 선배 여배우 김하늘을 두고 한 말이다. DJ DOC의 이하늘(본명 이근배)도 있다.


◇ '또 오해영'·'명랑한 이시봉'·'다음 소희'
이름은 드라마·소설 등 창작의 주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16년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은 제목부터 동명이인을 암시하는 드라마다. '못난' 오해영(서현진 분)은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잘난' 오해영(전혜빈)의 그늘에 가렸던 것이 인생의 트라우마다.
이 드라마의 작가 이름도 박'해영'이다. 과거 박 작가는 "동명이인 얘기 할 때 기왕이면 흔한 이름을 쓰자고 했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 한 반에 해영이가 네 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그냥 해영이로 해보자 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원수의 집안에서 같은 날 태어나 이름도 같은 윤'지원'(정유미)과 석'지원'(주지훈)이 18년만에 재회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그렸다.
또 2016년 SBS '영주'는 경북 영주시가 배경으로 주인공의 이름 또한 영주다. 영주가 싫어 떠났고 이름까지 개명하고 싶어했던 영주(김희정)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가 이기호는 작품 제목에 등장인물의 이름을 자주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첫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부터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최근작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등 작중 인물이나 동물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에 수록된 7개의 단편은 모두 인명을 제목에 내세웠다.
어떤 이름은 작품을 통해 하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2023년 개봉한 정주리 감독의 영화 '다음 소희'는 언어폭력과 실적을 위한 야근 등 압박에 시달리다 2017년 1월 목숨을 끊은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의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소희'라는 주인공을 내세웠다.
이 작품이 반향을 일으키며 직업계고 현장 실습생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다음 소희 방지법'으로 불렸고, 그해 3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youknow@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