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을 놀 기회가 또 왔습니다. 한가위 명절입니다. 도긴개긴 하니까 도하고 개하고 거기서 거기라고 보는 모양입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간단한 산수입니다. 도가 나올 확률은 16분의 4(4/16)입니다. 개는 6/16, 걸은 4/16, 윷과 모는 각각 1/16이고요. 개 → 도·걸 → 윷·모 순으로 확률이 높습니다. 도긴개긴이 아니라 도긴걸긴이 더 제격일 법도 합니다. 그러나 이 산수는 놓친 게 있습니다. 윷짝(윷가락)은 평면과 곡면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요. 두 면이 나올 확률을 똑같이 반반으로 셈한 것은 잘못이고말고요. 평면과 곡면이 나올 확률을 다르게 본 한 연구(김미경·허명회의 1995년 윷의 확률 논문)에 따르면, 걸 → 개 → 윷 → 도 → 모로 높은 확률 순위는 조정됩니다. 이론(理論)은 하나가 아니라지만 일설(一說)로 주목할 만한 내용입니다.
도개걸윷모가 각기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서 윷을 놀면 더 재미있습니다. 도 나와라 하고 윷가락을 던지는 대신 돼지 나와라 하고 던질 수 있으니까요. 돼지는 돝이라고도 합니다. 멧돝 잡으려다 집돝 놓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돼지를 말하는 돝이 도가 됐다고 보고 외웁니다. 개는 개(犬)가 맞습니다. 윷은 소(牛. 소 우)이고 모는 말(馬)이고요. 윷이 소가 된 이유는 책의 설명을 봐도 쉬 납득되지 않습니다. 그저 우(牛)에서 윷을 떠올립니다. 모는 말의 방언으로 몰, 모, 메 하는 것이 있었다는 점을 새기며 기억합니다. 문제는 걸입니다. 신마(神馬)설, 종마(種馬)설, 코끼리설, 염소설, 노새설 등 말 그대로 설이 분분합니다.(『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 다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지금의 양(羊)을 옛날에는 '걸'이라고 했다 합니다. 자전(字典)에 수놈의 양을 '결'이라 했다는 것이 그 근거 중 하나입니다. 더 깊게 들어가면 이 또한 간단치가 않습니다. 이론은 하나가 아니니까요. 이번 연휴에는 윷을 놀되 돼지가 나와도 화내지 않기로 합니다. 소보다 돼지 얻기가 더 힘들다는 일설을 생각하면서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유승훈, 『다산과 연암, 노름에 빠지다』, ㈜살림출판사, 2006, p. 84. p. 86. 윷놀이 부분
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윷놀이' -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42794
3. KBS뉴스 '윷'이냐, '모'냐…그것이 과학이다 <입력 2021.02.14 (09:01) 수정 2021.02.14 (17:24)>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117251
4. 표준국어대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