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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익은 맛있는 시간 '태안'…같이 느끼는 가치 여행의 진수도 만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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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여행의 특별한 즐거움은 먹거리에 있습니다." 몇 달 전 사석에서 만난 김태흠 충청남도 도지사는 충남 여행에서 '미식'을 빼놓을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보령에서 태어난 찐 충남인의 조언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노릇. 최근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태안을 찾았다. 밀물과 썰물에 맞춰 모습을 바꾸는 리아스식 해안, 노란 벼가 고개를 숙인 들판, 오색으로 물든 정원과 마주한다. 온화한 분위기 속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에 떡 벌어진 입에선 감탄을 쏟아 낸다. 쓸모를 다해 버려진 간판과 곳곳에서 마주한 노후 주택마저 멋스러워 가던 발길을 멈추고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눌러댄다. 갑자기 만난 맛있는 냄새에 정신이 번쩍 든다. 아차, 충남의 특별한 미식을 경험하기 위해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시간이 지체됐지만, 멀리서 붉게 물들기 시작한 노을 아래 황홀한 맛까지 느낄 수 있어 감동이 몰려든다. 충남방문의해를 맞아 태안이 안긴 선물을 여기에 펼친다. 바다와 땅, 해와 바람이 알맞게 빚어 붉게 익은 맛있는 시간과 감동은 긴 여운을 남긴다.

▶낮과 밤이 다른 백사장항…신선한 제철 해산물 다양

서울에서 출발, 충남 안면도를 향해 달리다 급하게 들어선 백사장항. 거무튀튀한 뻘밭이 대부분인 서해안에서 백사장이라니. 게다가 백사장항 전에 마주한 드르니항까지 신기한 지명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렇게 들어선 백사장항에 들어서니 희뿌연 백사장과 함께 풍요로움이 동시에 공존한다. 항구 주변을 비롯해 적잖이 들어선 작은 상점들 사이 수많은 인파가 북적인다. 저마다 손에는 흰색 스티로폼 박스를 들고 있다. 좌판에서 자태를 뽐내던 자연산 대하와 꽃게가 그 속에 숨어 들었다. 지금 태안은 자연산 대하와 꽃게가 제철이다. 제철의 맛을 즐기는 건 계절 변화를 몸소 체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동시에 여행을 즐겁게 만든다. 양손이 무거울 만도 한데 사람들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자연산 대하와 꽃게의 맛은 일품이다. 자연산 대하는 양식 새우와 달리 잡히면 바로 죽지만, 현지에선 신선한만큼 주로 생으로 즐긴다. 소금과 버터구이도 좋지만, 많이 먹기는 생으로 먹어야 한다는 게 현지인의 귀띔이다. 꽃게는 제철을 맞아 살이 꽉 차 있고, 맛이 달다. 게국지를 시작으로 간장게장, 양념게장 등 즐기는 법도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배가 부르니 주변이 달라졌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 강아지와 어디론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 호미를 들고 있는 사람 등. 그들을 따라 움직여 만난 곳은 꽃게다리다. 우뚝 속은 꽃게 다리는 백사장항의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물이 빠지면 해루질과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물가로 모여든다. 낚시꾼은 물이 들어오면 더욱 신이 난다. 항 주변 어디나 낚시 포인트다. 꽃게다리에 올라 바다 위를 걷다 보니 반대편에 드르니항이 보인다. 백사장항 전에 봤던 그 드르니항. 들르다는 우리말에서 지명을 딴 곳으로 드르니항에 들러 백사장항으로 넘어오는 방법도 좋을듯 싶다.

백사장항의 매력은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파란 하늘과 붉은 하늘은 같은 꽃게다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게다가 붉은 노을 아래 다시 시작된 먹방. 노을을 품어 붉게 익은 자연산 대하와 꽃게는 그 맛에 깊이를 더한다.

태안하면 떠오르는 꽃지해수욕장 인근. 이곳에선 제대로 된 꽃게요리를 즐길 수 있는 노포가 있다. 딴뚝통나무집이다. 딴뚝통나무집 식당은 묵은지나 김치 대신 겨울배추를 재료로 배추의 단맛과 꽃게의 단맛이 어우러진 게국지를 만들어냈다. 태안 지역의 향토 음식인 게국지는 싱싱한 꽃게와 각종 채소를 넣고 끓여내 시원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자랑한다. 알이 꽉 차고 살이 두둑한 꽃게로 만든 게국지와 간장게장, 양념게장, 새우장 등이 인기 메뉴다. 개인적으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맛집으로 꼽힌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태안의 가을 제철 맛을 느끼고 싶다면 안면도수산시장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안면도수산시장은 안면도 5일장에서 시작, 지역주민도 즐겨 찾는 곳이다. 2005년 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쾌적한 환경에서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모든 점포가 가격표시제에 따른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바가지 쓸 염려도 없다. 수산시장이라는 이름에 딱 맞게 즉석에서 회를 떠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장터수산의 미니 꽃게 튀김과 명성수산의 해물찜, 안면농수산의 주꾸미 샤부샤부도 맛이 일품이다.

▶ '사진 맛집' 청산수목원·안면도자연휴양림

충남, 그 안의 태안은 사진 맛집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아름다운 풍경이 많기 때문이다. 중심엔 청산수목원과 안면도자연휴양림을 꼽을 수 있다. 석양 노을이 질 때면 태안 전역이 사진 명소가 되지만, 그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연꽃으로 만든 아이스크림부터 일단 잡숴유." 청산수목원을 둘러보기 전 신형철 청산수목원장이 잠시 쉬는 것을 권한다. "커피도 잡수고, 어디 안도망가니께." 청산수목원 내 작은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으니 핑크뮬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핑크뮬리는 아침 일찍 보면 이슬을 머금고 더 운치가 있는데…(중략)뭐 다른 것도 많으니께."

청산수목원은 다양한 나무와 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3만평 이상의 공간에 황금삼나무, 홍가시나무와 억새류인 팜파스·핑크뮬리, 야생화 수백 종이 둥지를 틀었다. 1980년대부터 가꾸기 시작한 곳으로 40여 년 이상 흘린 그의 땀은 이곳 식물들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밀레의 정원, 삼족오 미로공원, 고객의 정원, 그리스 신화 테마 공원, 팜파스 공원. 몇해전부터는 알파카를 비롯해 염소 등 작은 미니 동물원도 운영하고 있다.

청산수목원이 유명해진 건 팜파스 영향이 크다. 서양 억새인 팜파스는 높이가 2~3m에 달한다. 여러 개가 모여 하나의 군락을 이뤄 나부끼는 꽃차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 아름답다. 바람에 약해 팜파스 구역은 홍가시나무를 벽으로 세웠다. 녹색과 은빛의 팜파스와 주변의 붉은 색의 어울림이 멋스럽다. 팜파스 농장 외에도 청산 수목원 곳곳은 사진 명소다. 인기리에 방영된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로도 활용됐다고 하니, 태안에 방문하면 둘러보기 좋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국내 유일의 소나무 단순림으로서 수령 100년 내외의 안면 소나무(안면송) 천연림이 430ha에 집단으로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안면송은 고려 때부터 궁재와 배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하였으나 도·남벌이 심해지자 왕실에서 특별 관리했으며, 1965년도부터 충청남도에서 관리하고 있다. 현재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안면읍 소재지를 지나 방포마을 넓은 벌판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송림 둔덕에 있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면 시원스레 쭉쭉 뻗어 오른 소나무들에서 뿜어 나오는 솔향기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휴양림에는 산림의 기능 및 이용과 태안반도의 역사와 환경에 대하여 570여 점이 전시된 산림전시관과 5ha 규모로 조성된 수목원이 있다.

태안의 아름다운 바다와 섬을 눈에 담고 싶다면 영목항전망대를 방문하는 게 좋다. 영목항의 바다 건너 눈앞에 원산도, 효자도, 추섬, 빼섬, 삼형제 바위가 보이고 좌측에는 천수만을 향하는 배들이 물살을 가른다. 영목항 전망대는 태안군 남쪽 끝자리 보령의 해저터널과 원산 안면대교가 이어지는 77번 국토가 개통된 영목항 길목에 있다. 전망대는 태안에 많이 피는 해당화를 형상화해 지역의 풍요와 발전을 의미한다. 전망대는 높이 51.26m로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는 22층 전망대에서는 영목항과 장고도, 고대도 등 섬과 원산안면대교와 서해, 거대한 갯벌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올해까지 이용 요금은 무료다. 낮에 보는 풍경도 좋지만, 이곳에서 보는 서해안의 낙조는 일품이다. 어두워지면 전망대에 불이 들어와 전망대 주변으로 산책하며 야경을 즐기기에도 좋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