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공석 수출입은행장 후임도 관심…또 내부 승진할까
5대 금융 계열사 CEO 수 십명도 임기 만료…대규모 물갈이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사이 주요 금융지주·은행에서 경영진 수 십명의 임기가 끝난다. 이에 따라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후임 선임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국책 은행의 수장으로 누가 낙점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 진옥동, 자사주소각 등 밸류업 계획 호평…선물거래 손실사고 오점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장 일찍 인선 작업에 착수한 것은 신한금융이다. 지난달 26일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 심의 기준 등을 논의했다.
회추위는 11월 말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을 추린 뒤 12월 초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최종 확대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후보는 이사회의 적정성 심의를 거쳐 내년 3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승인된다.
지난 2023년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내부에서는 취임 이후 경영 성과 등을 바탕으로 진 회장의 연임이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2027년까지 자사주 5천만주를 소각하겠다는 명확한 감축 목표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주요 주주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권과 '코드'가 잘 맞아 보이는 점도 진 회장 입장에선 고무적이다. 그는 '8·15 대통령 국민임명식' 당시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았고, 9월 10일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도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홀로 참석해 생산적 금융을 주제로 발언했다. 지난달 하순 이재명 대통령의 뉴욕 출장에도 동행, '코리아세일즈' 설명회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2024년 신한투자증권 코스피(KOSPI)200 선물거래에서 발생한 1천300억원 규모 손실 사고는 재임 기간 중 오점이다. 2022년말 신한금융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당시 조용병 회장이 연임 예상을 깨고 후보 면접 마지막날 사퇴하며 진 회장이 최종 후보에 올랐던 것처럼, 막판까지 돌발 변수도 확인해야 한다.
◇ 임종룡, 종합금융그룹 완성 성과…불법대출 관련 '책임론' 약점도
우리금융지주도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통해 차기 회장 선임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3년 말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따르면 금융지주나 은행은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에 앞서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2023년 3월 24일 취임한 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모범 관행 기준으로는 12월에 논의를 시작해도 문제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최종 후보를 연말이나 연초에 결정하는 만큼 이달이나 11월 중 임추위가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
임 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우리금융의 숙원이던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이 거론된다. 임기 중 포스증권을 우리종금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고, 동양생명·ABL생명도 인수했다.
하지만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 사건과 관련, 지난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임 회장 취임 후에도 문제의 대출이 상당수 취급됐을 뿐 아니라 보고 등의 절차도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내부통제 책임론'은 연임 논의 과정에서 가장 큰 약점이다.
더구나 과거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다른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부나 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이 사실이 임 회장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정부, 수출입·기업은행장 연속 내부 승진시킬까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과 IBK기업은행 등 정책은행장의 내부 승진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수은은 지난 7월 26일 윤희성 전 행장 퇴임 후 두 달 넘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수은 행장은 법령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인사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정부의 경제·금융 관련 조직개편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된 데 따라 조만간 공석이 메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주로 기재부 출신이 수은 행장을 맡았지만, 직전 윤 행장은 첫 수은 출신이었다.
수은 행장이 정해지면, 역시 현재 비어있는 부행장급 경협총괄본부장과 프로젝트금융본부장, 글로벌자본시장본부장 자리도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부행장급의 인사권자는 행장이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임기(3년)도 내년 1월 2일로 끝난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선임하는 자리다.
아직 하마평이 무성한 시기는 아니지만, 김형일 전무이사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현 김 행장 역시 전무이사(수석부행장)에서 승진한 경우다.
산업은행에선 지난달 15일 첫 내부 출신인 박상진 회장이 취임식을 했다. 박 회장은 연말 조직개편에서 국민성장펀드부문(산하 총괄사무국·대출운용국·투자운용국·심사지원국)이 신설되면, 부행장급 부문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 KB증권·신한라이프·하나증권·우리투자증권 등 CEO 줄줄이 임기 끝나
주요 금융그룹 계열사의 CEO 상당 수도 연말 연초 교체를 앞두고 있다.
KB금융그룹에선 KB증권 이홍구·김성현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 서혜자 KB저축은행 대표의 임기가 올해 말로 만료된다.
예년 일정으로 미뤄 11∼12월 초 지주 대표이사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가 후보군을 검토하고 12월 중순께 계열사 대표 최종 후보를 각 계열사에 추천하면, 계열사는 해당 후보를 이사회 등 내부 절차를 거쳐 선임할 전망이다.
신한금융그룹에서도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의 임기가 오는 12월 말 끝난다.
신한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경위)는 승계 후보군을 정기적으로 선정해 관리해왔고, 12월 중 차기 회장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같은 달 말 계열사 CEO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그룹도 연말 전에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남궁원 하나생명 사장,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사장, 정해성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사장,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사장, 강동훈 하나에프앤아이 사장의 후임을 정해야 한다.
하나증권·하나생명의 차기 CEO 후보는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각 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주총에서 최종 결정된다. 나머지 계열사의 경우 각 사가 추천한 후보를 관계회사경영관리위원회가 심의한 뒤 같은 절차를 밟는다.
우리금융그룹에서는 기동호 우리캐피탈 대표,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김범석 우리자산신탁 대표, 이석태 우리저축은행 대표,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강신국 PE자산운용 대표, 김건호 우리에프앤아이 대표, 정현옥 우리신용정보 대표, 유도현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김백수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의 임기가 올해 말∼내년 3월 만료된다.
NH농협금융그룹에서는 내년 3월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임정수 NH농협리츠운용 대표가 임기를 마친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자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NH농협리츠운용은 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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