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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김태형이 3년 연속 '가을 백수'라니…우승 공약한 마지막 시즌, '강백호 드라이브'가 첫걸음 될까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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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우승 3회,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올라만 가면 대폭발인데, 막상 무대에 오르는게 쉽지가 않다.

김태형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 2년차에도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두산 베어스 마지막해까지 포함하면 3년 연속이다.

올해 롯데의 성적은 66승6무72패. 과정에서의 차이는 있으되 승수는 작년(66승4무74패)과 같다. 단지 2번 덜 졌을 뿐, 순위도 결과도 달라진 게 없다.

단기간에 전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단연 FA 영입이다. 마침 올겨울 롯데의 약점을 메워줄 FA들이 가득하다. 거포 강백호(KT 위즈), 투수 이영하(두산 베어스), 유격수 박찬호(KIA 타이거즈)가 그들이다.

특히 올시즌 팀 홈런 75개로 압도적 꼴찌였다. 이 부문 1위 삼성 라이온즈(161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9위 두산(102개)과도 차이가 크다. 홈런왕 르윈 디아즈(50개) 한명과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강백호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관건은 100억원을 호가한다고 알려진 몸값이다.

지난 2년간 김태형 감독은 단 한명의 FA '선물'도 받지 못했다. 손호영 정철원 전민재 등 트레이드에서 그에 준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직접적인 성적과 연결되진 못했다.

때마침 샐러리캡(경쟁균형세) 제도가 크게 완화됐다. 모그룹 사정이 어렵다곤 하지만, 최근 들어 적지 않은 수익을 벌어들이며 흑자를 자신하는 구단이 바로 롯데다. 이젠 지갑을 열 때가 됐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 부임 당시 데뷔 첫해 가을야구 진출, 3년내 우승을 공언했다. 오랜 '가을 백수' 생활 청산과 '윈나우' 행보를 원했던 롯데와의 니즈가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계약기간 3년 중 2년이 지나갔는데 아직 가을무대조차 닿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한층 더 참담했다. 8월초까지 3위를 지켰건만, 이후 믿을 수 없는 연패를 거듭하며 7위로 추락했다. 터커 데이비슨이 10승 달성과 함께 퇴출된 8월 7일 이후 9승27패3무라는 믿을 수 없는 추락 끝에 가을야구마저 실패했다.

롯데는 8일부터 부산 사직구장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마무리훈련을 시작했다. 남들은 가을의 금빛 물결을 꿈꾸는 시기에 또다시 보리밭을 다지는 입장이다. 박세웅 김원중 황성빈 나승엽 등 투타의 주축들도 휴가 대신 땀을 흘리는 것을 택했다.

이제 8년전 마지막 가을야구였던 2017년 준플레이오프의 경험을 지닌 선수도 캡틴 전준우를 비롯해 몇명 남지 않은 상황. 롯데는 좋은 기억을 쌓고 발전해나가는 게 쉽지 않는 팀이다.

지난해와 올해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냈다. 하지만 선수 발굴이 곧 두터운 뎁스로 이어지진 못했다.

정현수 김강현 정철원 등 올해 최다경기 등판, 최다 연투, 최다 멀티이닝을 소화한 '마당쇠'들이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성빈 홍민기 등도 아직은 '변수' 레벨이다. 당장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손호영 등 1년차에 두각을 드러냈던 타자들이 올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것만 봐도,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의 클래스는 감독의 말마따나 최소 3년은 이어져야 신뢰가 간다.

감보아-레이예스처럼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받쳐준다는 보장도 없다. 데이비슨을 과감히 교체하고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빈스 벨라스케즈를 영입하며 올시즌에 올인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도박수는 역대급 폭망으로 이어졌다.

두산 시절의 화려한 명성을 안고 현역 최고 대우를 받으며 부산에 입성한 김태형 감독의 입지도 벼랑 끝에 섰다. 두산 시절 거둔 빛나는 성과마저 '팀 덕분' 소리를 듣게 될 위기다.

롯데는 11월초 일본 미야자키로 마무리캠프를 떠난다. 앞서 김태형 감독은 "훈련량을 늘리긴 하겠지만, 지옥훈련이 전부는 아니다. 선수들에게 철저하게 맞춤형 훈련을 함으로써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년을 다짐했다.

이제 사령탑도, 프런트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입장에 몰렸다. 강백호로 대표되는 거물급 FA의 영입은 가을야구가 간절한 롯데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