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BO 역사상 이런 포수는 없었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또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준비를 한다.
KBO는 9일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후보를 발표했다. 양의지는 LG 트윈스 박동원,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KT 위즈 장성우, 한화 이글스 최재훈, NC 다이노스 김형준, 키움 히어로즈 김건희 등과 함께 포수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양의지는 지난해 자존심이 상했다.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들지 못했기 때문. 부상 여파로 수비 608⅓이닝에 그쳐 조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의 흐름도 끊어졌다.
올해 양의지는 이를 악물고 시즌을 준비했다.
양의지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감독님, 트레이닝 파트에서 이야기한 게 작년에는 경기를 많이 못 나갔으니까. 120경기도 안 나간 것 같아서, 올해는 무조건 내가 제일 중심에서 항상 전광판에 내 이름이 많이 나올 수 있게 경기를 많이 나가는 생각을 갖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성적으로 증명했다. 양의지는 130경기, 타율 0.337(454타수 153안타), 20홈런, 89타점, OPS 0.939를 기록했다. 수비 726이닝을 채워 기준을 넘겼다.
타격 성적은 양의지가 다른 포수 후보들을 압도한다. 양의지는 2019년 NC 다이노스 소속이었던 2019년 이후 개인 2번째 타격왕을 차지했다. 포수가 타격왕에 2번이나 오른 것은 양의지가 최초다.
역대 포수 타격왕은 1984년 삼성 라이온즈 이만수, 2019년과 2025년 양의지뿐이다. 그만큼 수비 비중이 훨씬 큰 포수가 리그 타격 1위를 차지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양의지는 그 어려운 일을 2번이나 해냈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을 앞선다.
양의지는 출루율 3위, OPS 4위, 장타율 5위, 안타 8위, 타점 10위 등 다른 타격 지표에서도 상위권에 들면서 가치를 높였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수비. 후보자 가운데 유일하게 100경기를 넘기지 못했고, 수비 이닝도 가장 적다. 이 변수가 얼마나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양의지는 포수로 8회 수상해 부문 역대 최다 수상자이고, 2021년 지명타자로 받은 골든글러브까지 포함하면 모두 9차례 수상했다.
양의지가 올해 수상에 성공한다면, 역대 2번째로 10번째 골든글러브를 품는 선수가 된다. 똑같이 10회 수상한 이승엽 전 두산 감독과 함께 역대 최다 수상의 영광을 안는다.
올해도 양의지가 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다면 2011년부터 이어진 강민호와 양강 체제가 깨지지 않고 이어 진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4년 동안 포수 골든글러브는 강민호(6회)와 양의지(8회) 두 선수만 나눠 가졌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