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밀워키 브루어스와 LA 다저스가 맞붙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는 '괴물 루키'란 칭호를 들으며 데뷔한 두 강속구 투수의 릴리프 활약 때문에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다저스 사사키 로키와 밀워키 제이콥 미저라우스키가 주인공들이다. 두 투수는 선발 보직을 박탈당한 뒤 불펜에서 재능을 재발견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처지다. 무엇보다 100마일이 넘는 강력한 직구를 앞세워 타자를 압도하는 하드스로우어(hard-thrower)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이 형성된다.
두 투수의 어깨에 NLCS의 향방이 걸렸다는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우선 사사키의 포스트시즌 활약상을 보자. 퍼펙트 그 자체다. 4게임에 등판해 5⅓이닝을 던져 1안타만 내주고 삼진 5개를 잡아냈다. 2세이브, 평균자책점 '0'.
지난 1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DS) 4차전서는 1-1로 맞선 8회초 등판해 연장 10회까지 3이닝 동안 9타자를 퍼펙트로 막아내며 2대1 끝내기 승리에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투구수 36개 중 26개가 스트라이크였고, 16개를 던진 직구 스피드는 최고 100.7마일, 평균 99.5마일을 나타냈다. 구위와 제구력 모두 다저스가 기대했던 '그 사사키'의 투구였다.
사사키는 지난 겨울 포스팅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구단들 중 다저스를 선택해 사이닝보너스 650만달러를 받고 입단했다. 하지만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된 뒤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72으로 부진을 보인데다 오른쪽 어깨 충돌증후군 진단을 받아 결국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그리고 4개월 넘는 재활과 마이너리그 등판을 거쳐 지난달 25일 복귀한 그는 불펜투수로 보직을 바꿔 성공적으로 정착한 모습이다.
사사키가 이렇게 불펜투수로 최정상급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원동력은 100마일대 직구 구속을 회복하고 주무기인 스플리터를 섞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헛스윙 비율을 높인 때문이다.
미저라우스키의 데뷔 행보는 사사키와는 다르다. 지난 6월 13일 데뷔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5이닝 4볼넷 5탈삼진 무안타 무실점의 인상적인 피칭으로 빅리그 무대에 등장했다.
7월 9일 다저스를 상대로 6이닝 동안 12탈삼진을 올리며 4안타 1실점으로 막아내자 NL '올해의 루키'로 손색없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들쭉날쭉한 측면은 있었지만, 전반기를 4승1패, 평균자책점 2.18로 마쳐 밀워키의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루키의 한계가 드러났다. 8월 초 시카고 컵스전에서 스즈키 세이야의 직선타에 맞아 왼쪽 정강이 타박상을 입고 IL에 오른 그는 복귀 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결국 시즌 막판 로테이션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당한 뒤 9월 28일 시즌 마지막 등판서 구원으로 나가 2⅓이닝 3안타 1실점을 기록하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8~9월 8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6.06의 부진을 나타내 포스트시즌 로스터에서 제외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극적으로 컵스와의 DS에 승선한 미저라우스키는 2차전서 3회 마운드에 올라 3이닝 1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구원승을 올리더니, 5차전서는 2회부터 5회까지 4이닝을 3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3대1 승리를 이끌고 또 다시 승리투수가 됐다.
DS 2경기에서 2승에 7이닝 동안 4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1.29를 마크했다. 직구 스피드는 최고 104.3마일, 평균 101.1마일을 찍었다.
MLB.com은 13일 '사사키와 미저라우스키, 둘 모두 클러치 구원투수로 부활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루키 투수는 결정적인 활약으로 소속팀에서 재평가받고 있다. 올해의 NL 루키 경쟁에서는 멀어졌지만, NL 페넌트 우승을 팀에 가져다 줄 기회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 팀 사령탑 모두 두 선수의 피칭에 혀를 내둘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미저라우스키에 대해 "(정규시즌서)그가 우리의 작업을 중단시켰다고 했다"며 구위를 인정했고, 팻 머피 밀워키 감독은 농담을 섞어 "사사키가 100마일 스플리터를 던지더라. 그건 공정하지 않다. 우리는 리그 사무국에 청원을 넣어 그를 출전을 금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NLCS에서 두 선수의 역할은 조금은 다르다. 사사키는 셋업맨 혹은 마무리, 미저라우스키는 롱릴리프라고 보면 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