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부모님 고기 사드렸습니다."
올해 KIA 타이거즈 팬들에게 가장 위로가 됐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성영탁이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 KIA가 올해 8위에 그치면서 자존심을 구겼는데, 필승조 성영탁은 최고의 발견이었다. 45경기, 3승2패, 7홀드, 52⅓이닝,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했다.
성영탁은 류지현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의 눈에도 들었다. KBO 전력강화위원회가 12일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 KIA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표팀은 오는 11월 열리는 체코(2경기), 일본(2경기)과 평가전을 위해 구성됐다. 2026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WBC) 대비 성격이 강하다. 체코와 일본은 한국과 함께 조별리그 C조에 편성됐다. 성영탁이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면 WBC 대표팀 승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
성영탁은 13일 스포츠조선과 통화에서 "생각지도 못했다. 상상도 못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명단에 이름이 올라서 정말 좋다. 가서 후회 없이 던지고 오고 싶다. 청소년 대표팀에도 발탁된 적이 없었다. 대표팀은 처음"이라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반전 드라마를 썼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성영탁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96순위로 입단한 우완 투수. 올해 시작은 2군 전력이었는데, 지난 5월 1군에 합류해 신인답지 않게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며 눈도장을 찍었다. 성영탁은 데뷔전 이후 17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KBO 역대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성영탁을 조금씩 중요한 상황에 쓰기 시작했고, 7월 이후에는 필승조로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
투심패스트볼과 커터 등 변형패스트볼의 움직임이 좋고, 제구력이 좋으니 시속 150㎞ 이상 빠른 공은 없어도 타자들과 싸움이 됐다. 적적히 섞는 커브도 효과적이었다.
대표팀 발탁까지 승승장구다. 고교 시절부터 2군 경기장까지 빠지지 않고 경기장을 찾아 아들을 응원했던 성영탁의 부모 역시 "생각지도 못했다"는 반응이었다고.
성영탁은 "부모님이 솔직히 생각 못 했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올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것 같아서 좋다고 하셨다. 아프지만 말라고 하셨다. 어제(12일) 부산에 와서 부모님께 고기도 사 드렸다"고 답하며 뿌듯해했다.
KIA에서 홀로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본의 아니게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성영탁은 "나 혼자 가니까. KIA 선수로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지민이 형이나 대표팀에 다녀왔던 형들한테 물어보면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팀 훈련을 하다가 기사를 보고 알게 됐는데, 경기장에서 '축하하고 좋은 경험 한다'
고 다들 이야기해 주셨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믿기지 않는 1년이었다.
성영탁은 "솔직히 지금 대표팀에 가는 것도 안 믿기고, 올 시즌도 '어떻게 던졌지?' 이렇게 돌아보면서 휴식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성영탁은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친 것과 관련해 "솔직히 시즌 중간에 한번 2점대까지 올라간 기억이 있었다. 솔직히 신경을 쓰다 보니 스트레스를 조금 받는 것 같아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내려놓고 '1군에서 던지는 것만으로 성공한 건데, 기록에 이렇게 연연하냐. 감사한 마음으로 하자' 이렇게 마음을 먹었다. 시즌 끝나고 기록을 보니까 (평균자책점이) 떨어져 있더라"고 되돌아봤다.
KIA는 성영탁이 1군 데뷔 시즌에 무리하지 않도록 관리하고자 지난달 20일 일찍 시즌을 접게 했다. 성영탁은 이후로는 공을 던지지 않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재활 훈련에만 전념했다.
성영탁은 11월에 다시 투구할 준비를 어떻게 할지 묻자 "던지는 것을 계속 쉬어서 회복은 완전히 됐다. 아파서 빠졌던 게 아니라서 컨디션을 올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쉬었다고 컨디션이 안 올라온다면 핑계다. 몸을 잘 만들어서 나가고 싶다"며 "시즌에 던졌던 것처럼 스트라이크를 빨리빨리 넣고, 이닝을 빨리 끝내는 안정감 있는 투수로 활약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