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러시아가 4년 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침공할 수 있다고 독일 정보기관장이 13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마르틴 예거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의 침공이 빨라야 2029년에나 가능할 거라는 가정에 안주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이미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를 약화하고 유럽 사회를 분열시키는 게 러시아의 목표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나토와 직접 무력충돌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거는 2023년부터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로 일하다가 지난달 해외첩보 기관인 BND 국장으로 취임했다.
유럽 안보당국자들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언제 침공할지를 두고 여러 가지 가설을 내놨다. 전쟁 초반에는 적어도 10년 안에는 러시아가 다른 나라를 침공할 만큼 전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3∼5년 내, 즉 2029년 전후로 나토 회원국을 침공할 것이라는 주장이 부쩍 늘었다.
독일 정부는 이같은 관측에 따라 2029년까지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로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병역제도를 손보는 등 재무장 중이다.
국방부가 마련한 병역법 개정안에는 자원입대를 유지하되 지원자가 부족하거나 국가 안보를 위협받으면 의회 의결을 거쳐 강제징집도 가능하게 돼 있다. 2027년부터는 만 18세가 되는 성인 남성 모두 군복무를 전제로 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치권은 현재 18만2천명인 병력을 2035년 26만명으로 늘리려면 징병제 부활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같은 움직임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 일간 베를리너차이퉁에 따르면 올해 1∼8월 연방군에 접수된 병역거부 신청은 3천257건으로 지난해 2천998건을 이미 넘었다. 2023년에는 병역거부 신청이 1천609건에 불과했다. 연방군에 입대하는 장병은 한해 2만명 안팎이다.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폐지했으나 기본법(헌법)에 18세 이상 남성의 군복무 의무 조항이 남아있다. 법률적으로는 징병제가 폐지 아닌 유예된 상태로 해석한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가 종교·윤리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신청을 계속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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