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2.1조원 '깜짝 실적'…D램 6조원 이상 영업익 추정
내년 실적 전망치도 줄상향…AI 인프라 투자에 메모리 수요 장기 성장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데에는 반도체 사업의 실적 반등이 큰 역할을 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동률 상승으로 시스템반도체의 적자 규모를 대폭 축소한 데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출하량을 본격적으로 늘린 것이 주효했다.
내년 HBM4 양산과 함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지속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4일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6조원, 12조1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조6천800억원과 비교하면 158.55% 증가하며 크게 반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도 매출은 8.72%, 영업이익은 31.81%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를 맡고 있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영업이익을 5조원 후반대로 보고 있다. 특히 D램에서만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범용 D램 가격 상승과 HBM 사업의 정상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을 포함한 서버용 고성능 D램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인 DDR4의 가격이 DDR5를 넘어서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 오른 6.3달러로 집계됐다. DDR4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건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HBM3E 12단 제품의 고객사를 다변화하며 출하량 확대에 성공했다.
AI 반도체 시장 '큰손'인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납품하지는 못했지만,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와 일찌감치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브로드컴 등 주문형 반도체(ASIC)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것도 긍정적이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는 올해 3분기 약 9천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2분기 약 2조원대 중반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큰 개선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올해 2분기 말부터 가동률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4나노 이상 성숙공정 고객 수주 확대와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의 양산으로 적자폭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전망치를 줄상향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은 53조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60조원 이상으로 컨센서스를 높이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도래와 HBM 경쟁력 강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오픈AI를 필두로 한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서 투자가 꺾이지 않으면서 메모리 수요 증가의 장기화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팀장은 "(메모리 반도체의) 주된 수요처인 AI 인프라 투자가 다른 사이클의 수요에 비해 크고 길다"며 "성장률이 3년째 꺾이지 않는 트렌드는 지난 30년 전 인터넷 인프라 사이클 이후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제 빅테크들은 수백조원 규모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와 이에 따른 다년간의 반도체 투자 계약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도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700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오픈AI의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고성능·저전력 메모리를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HBM3E 12단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던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HBM 출하량 확대도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17%로 3위를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HBM4 양산을 기반으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올해 3분기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jakmj@yna.co.kr
<연합뉴스>